[인문플러스 고전에서 배운다] <5>정당한 명분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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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2월 23일 13시 51분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 『지낭(智囊)』편 5회

◆1◆

한고조(漢高祖) 유방이 군대를 이끌고 낙양에 이르렀을 때 신성(新城)의 삼로(三老) 가운데 한 사람인 동공(董公)이 유방을 가로막았다. “정당한 명분 없이 출병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상대방을 도적으로 몰아야 적을 평정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함께 의제(義帝)를 옹립했는데 항우는 그를 팽성에서 내쫓고 또 사람을 보내 시해했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삼군을 통솔해 의제를 기리는 상복을 입으셔야 합니다. 이로써 제후들에게 항우를 토벌하자고 알리는 것입니다.”

한고조는 그의 말대로 의제의 장례를 치르고 병사들에게도 모두 상복을 입혔다. 또 제후들에게 이렇게 알렸다. “과인은 관중의 병사를 모두 동원해 하남, 하동, 하내를 수복하고 장강과 한수를 따라 남하해 역적 항우를 토벌하고자 하오. 여러 제후께서도 초 땅에서 의제를 시해한 역적을 정벌하기 바라오.”

◆평어(評語)◆


동공의 말은 유방과 항우 두 사람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지표이다. 훗날 수하(隨何)가 구강(九江)의 영포(英布)를 항복시키고 역이기(酈食其)가 제나라 왕을 설복해 귀순시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공이 말한 이치와 다르지 않다. 허중상(許仲翔)은 동공의 말이 항우에게 반대하고 유방을 따르도록 세상의 민심을 크게 격발했다고 평했다. 장량(張良)은 한고조의 스승으로 불리지만 그조차도 동공만큼 큰 계략은 세우지 못했다.
풍몽룡 지음|문이원 옮김|정재서 감수|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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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초한전쟁#고전#인문플러스 고전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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