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 피터 맥그로, 조엘 워너 지음·임소연 옮김 424쪽·1만6000원·21세기북스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시중에 도는 유머 이야기가 도대체 누가 처음 만들었으며, 어떻게 전파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유머 하나를 만들어 매일 3명에게 이야기해줬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돌고 돌아 누군가 나에게 “이런 유머가 있다”며 해주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실험해보려 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세계 토하기 대회가 열렸다. 가장 역겨운 ‘토’를 한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 첫 번째 선수 ‘인간’이 음식을 잔뜩 먹고 토했다. 심판은 냄새를 맡더니 “7점”을 외쳤다. 두 번째 선수 ‘개’가 토하자 심판은 냄새를 맡은 후 인상을 쓰며 “9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선수인 ‘돼지’가 출전했다. 심판은 냄새를 맡자마자 “우웩!”이라고 했다.
30년이 지난 현재도 이 이야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늘여놓은 까닭은 이 책이 사람이 웃게 되는 근원적 원리를 다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터 맥그로우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 겸 유머연구소(HUMOR RESERH LAB) 창립자와 덴버 지역 시사주간지 기자인 조엘 워너다.
이들은 “웃음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며 의기투합한 후 과학이론으로 웃음의 비밀을 풀어나간다. 실제 국제유머학회, 유머연구 국제저널이 있는 등 웃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웃음 관련 이론도 많다. 플라톤은 ‘인간은 다른 이의 불행에 웃는다’는 우월성 이론(Superiority theory)을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완화 이론’(Relief theory)을 주장했다. 즉, 인간 내면에 억압된 성적욕망과 폭력적 생각이 갇혀있던 정신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경로가 유머라는 것이다. 맥그로우 교수는 무언가 상황이 잘못된 것 같고 위협적이지만 동시에 괜찮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면 재미가 유발된다는 ‘양성위반(良性違反) 이론’을 개발했다. 고양이를 섹스토이로 이용하는 유머가 있다고 치자. 고양이에게 애무를 받는 비정상적 상황이지만 고양이가 ‘야옹’ 울며 인간과의 접촉을 즐긴다면 안도와 함께 웃게 된다는 것.
저자는 이 이론을 세계를 누비며 검증하려 한다. 미국 덴버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가 스탠딩 개그를 하고, 뉴욕에서는 루이스 C.K 등 유명 코미디언을 만나 남을 웃기는데도 재능의 실체를 알아본다. 만화 캡션 콘테스트에 참석해 웃음코드를 만들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 병을 찾아 아프리카로 향하다. 팔레스타인과 아마존 빈민가를 누비며 웃음이 주는 힘을 찾는 등 1년 간 5대륙 15만㎞를 누비며 유머의 실체를 찾는 모험을 지속했다.
그리고, 책 말미 저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양성위반 이론을 토대로 개그 단막극을 만들어 세계 최대 코미디 축제인 몬트리올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경연무대에 선다. 과학의 이름으로 웃음을 해부하고 분석해 만든 유머로 청중을 웃기는 데 성공했을까? 결과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다만 저자는 무대 위에서 이 유머로 청중을 웃겼다.
“유머를 분석하는 것은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과 같아요. 관심 있는 사람도 거의 없거니와 그 과정에서 개구리는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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