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왕, 백주할멈, 총명아기, 감은장아기, 자청비, 문도령, 정수남, 대별이, 소별이, 오늘이….’ 매우 친숙한 느낌의 이 이름은 우리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것입니다. 신이라 하니 많이 낯선가요? 신의 이름이라면 제우스, 헤라, 하데스, 오딘, 토르 같은 이름을 떠올리는 게 현실이니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 신에 관한 이야기를 인물 사전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크게는 하늘나라, 땅속나라, 이승, 저승, 바다로 공간을 나누고 각각 그곳에 있는 신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천지왕입니다. 하늘과 저승과 이승을 다스립니다. 세상의 공간을 배치하고, 그곳에 해와 달을 주고, 그 공간을 다스릴 신을 자리 잡게 해준 왕입니다. 천지왕의 아내는 총명아기로 대별이와 소별이의 엄마입니다. 총명아기는 땅의 신이 되고, 대별이는 저승의 왕, 소별이는 이승의 왕이 됩니다.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하지요. 이후로 40명 가까운 신이 소개되는데, 이들이 결국 이리저리 엮이며 큰 그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이 책을 읽는 재미입니다.
화려한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하면 우리 신화는 8비트 컴퓨터로 보는 동영상처럼 조각조각 나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도 후대의 많은 작가들에 의해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풍성해졌다고 합니다.
신화는 한 민족의 원형적 사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겠지요. 스토리와 콘텐츠가 기회가 되는 시대, 소박한 우리 신화가 열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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