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까지 흑의 두터움과 백의 스피드가 잘 어울렸다. 승부는 이지현 5단이 상변 패를 걸어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모험일 수 있었으나 이 5단은 이세돌 9단을 확실히 따돌리기 위해선 모험이 필요하다고 봤다. 모험의 밑천은 팻감. 중앙 백을 노리는 팻감이 수북이 쌓여 있어 패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반상의 진행도 이 5단의 뜻대로 됐다.
그런데 팻감 부자인 흑이 고작 팻감 하나 아끼려고 구두쇠처럼 벌벌 떤 것이 패인이었다. 참고도 흑 1(실전 137)로 팻감을 쓴 뒤 바로 3으로 따낸 것이 패착이었다. 흑 3으로는 4의 곳에 한 번 더 둬 백이 ‘가’로 받을 때 패를 따냈으면 완벽했다. 이 수순을 놓치는 순간 백이 패를 아랑곳하지 않고 4로 흑을 잡은 것이 승착. 패를 이기는 것보다 이곳을 잡는 것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승부는 여기서 결정됐다.
내년 병신년은 국수전이 60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더 알찬 해설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새해 인사를 드린다. 119 127 133 139 147 153 158 171=107, 122 130 136 144 150 156 162=116. 172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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