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45)에게 2015년은 그럴 만한 해다. ‘국제시장’이 올해 2월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전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은 ‘신세계’(468만 명)였다. 여름에는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됐고, 그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판 뒤집혔다” 등은 초등학생도 아는 유행어가 됐다. 17일 개봉한 ‘히말라야’ 역시 이번 주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히말라야’는 내가 촬영 현장에서 악역을 자처했던 영화”라고 했다. 최근 그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촬영장에서 별명이 ‘엄 대장’이었다고 들었다.
“산악영화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황인 데다 환경이 워낙 열악했다. 까딱 하면 다치니까 가끔 큰소리도 치고, 내가 나서서 짐도 들고 일일이 스태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점점 나를 ‘홍길이 형’ ‘엄 대장’ 하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는 그런 중압감에서 해방되는 홀가분함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 속의 떡진 머리와 쉰 목소리가 현실감 넘치던데….
“붉은 기가 있는 내 피부색 덕도 좀 봤다.(웃음) 네팔에서 2주, 몽블랑에서 열흘 촬영했는데 최고 해발 4500m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씻기도 힘들었고 고산병 증세로 얼굴도 붓고…. 힘들었지만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서 계속 헐떡거리다 보면 자연스레 쉰 목소리가 난다고 하기에 일부러 사흘 동안 소리를 질러서 쉰 목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베테랑’ ‘히말라야’에서 모두 주인공이면서도 후배 배우를 이끌고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30대 때는 열심히 해서 ‘나 잘났지’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보니 연기가 좋으면서도 힘들기도 했었다. 40대 들면서 점점 그런 욕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저는 지금 잘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로소 일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를 보내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2015년은 절대 잊지 못할 해다. 내가 원한다고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축복받은 해였다.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은 뮤지컬 ‘오케피’다. 내가 연출도 하지만 그냥 무대에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 ‘논다’는 느낌이다. 내년 1월에는 ‘아수라’ 촬영을 시작하고 2월에 ‘검사외전’도 개봉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일은 늘 열심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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