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심장의 온도가 0.3도쯤 높았던 무렵에는 시를 쓰고자 안달했었습니다. 시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동안 이번 생이 제법 윤택하구나, 여겼습니다. 시들해지는 순간도 있어서, 시집을 펼쳐놓고 고개 갸웃해지기도 했지요. 그런 날에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사유가 갈피를 접어놓은 시편들 속으로 스미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오래 팽개쳐 두었다가 못내 미안해 다시 펼쳐들면, 한참을 고개 끄덕이다가 부끄러움으로 낯이 붉어졌습니다. 그 얼룩의 기미가 시 읽기의 무성의함 탓이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제 비평은 잘못 읽어낸 것보다는 잘 읽지 못했던 시들에 대한 참회록이어야 합니다. 숱하게 읽어왔지만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시들에게 바치는 가장 나중의 글로 제 비평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성실하게 읽어내기’는 전정구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셨죠. 새기겠습니다.
△1973년 전남 여수 출생 △전북대 대학원 어문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안정적 문장-비평적 믿음 결합한 수작▼
세 편을 주로 논의했다. ‘살아 있는 언어들의 밤’은 언어를 해부대 위의 몸처럼 다루는 이준규 시의 한 특징을 선명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언어=시’라는 전제가 글의 끝에서도 재진술될 뿐이었다. ‘수많은 갈라테이아들의 향연’은 갈라테이아라는 신화적 인물을 통해 이수명의 작시법(作詩法)을 살펴본 글이다. 생명 없는 텍스트가 어떻게 피와 살을 가진 형상을 낳는가를 보여주는 멋진 비유다. 그런데 정작 이수명 시의 고유한 특징에 관해서는 해명된 것이 없었다.
‘발굴하는 토피아, 복권되는 생활’은 ‘지금, 이곳’이라는 세계의 세계성과 ‘생활’이라는 삶의 실감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현승과 고두현의 시를 해명하고 있다. 섬세하고 안정된 문장과 견결한 세계에 대한 비평적 믿음이 결합된 평론이다. 무엇보다도 대상으로 삼은 시편들의 장점을 부조해내는 역량이 뛰어났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