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영화관. 이른바 ‘조조영화’도 시작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상영관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바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새해 특별판 ‘셜록: 유령신부’(12세 이상)의 국내 첫 상영을 보기 위해 모인 ‘셜록’의 팬들.
영국 현지 시간(1일 오후 9시)과 같은 시간에 상영하기 위해 오전 7시로 정해졌다. 영국 현지에서 TV로 방영되는 특별판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상영관을 채운 관객 300명은 90분 상영시간과 엔딩 크레디트 뒤에 이어진 20여 분의 특별영상 상영 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영화 상영 뒤 만난 양지원 양(18)과 재원 군(16) 남매는 “경기 용인시에서 첫 지하철을 타고 왔다. 둘 다 ‘셜록’의 팬”이라고 말했다. 셜록 홈스가 쓴 것과 똑같은 사냥 모자를 들고 있던 이원종 군(14)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런던 여행을 가 드라마 촬영지, 셜록 홈스 박물관을 둘러봤다”고 했다.
2010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3까지 나온 ‘셜록’은 아서 코넌 도일의 원작소설을 현대로 옮겨온 일종의 패러디 작품이다. 영국 방영 당시 시청률이 30%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홈스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은 이후 할리우드에서 러브 콜이 쇄도하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별판은 본편 시리즈의 설정을 또 한 번 뒤집어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 대신 등장인물과 배우는 모두 같고,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도 그대로 옮겨왔다. 홈스와 왓슨의 입씨름이나 홈스와 형 마이크로프트 간의 경쟁 등 주요 장면들도 빠지지 않았다. 시즌2에서 홈스의 눈앞에서 자살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시즌3 말미에 등장했던 홈스의 숙적 모리어티까지 등장해 본편과의 연결고리를 잇는다. 시리즈의 작가인 마크 게이티스는 특별 영상에서 “시리즈의 단순한 번외편이 아니라는 점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특별 영상은 TV로는 방영되지 않았다.
‘셜록’의 위력은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작소설을 출판한 황금가지 출판사는 “드라마 개봉이 확정된 뒤인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셜록 홈스’ 전집 판매량이 한 달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며 “보통 영화·드라마와 연계된 책은 영화 상영 뒤 판매량이 느는데 ‘셜록’은 원작을 미리 읽으려는 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넌 도일이 쓰지 않은 또 다른 ‘셜록 홈스’ 시리즈인 ‘셜록 홈스: 모리어티의 죽음’이 나왔고, 최근에는 드라마 ‘셜록’의 공식 가이드북인 ‘셜록: 크로니클’이 출간되는 등 관련 책도 여럿 나왔다.
특별판은 이날 하루에만 약 39만 명이 봤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국내 홍보사인 이가영화사는 “‘2014년 1월 시즌3가 방영된 뒤 시즌4가 2년째 나오지 않고 있어 특별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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