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문인들이 꼽은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문인은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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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좌절, 세대갈등, 양극화, 고령화, 용기, 사랑….’

젊은 문인 20인이 꼽은, 새로운 10년을 전망하는 단어들이다. 희망을 꿈꾸는 단어도 있었지만 최근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는 단어들이 적지 않았다.

문예지 ‘현대문학’ 1월호는 문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신년 ‘블라인드 앙케트’ 특집을 선보였다. 김민정 박형서 오은 정용준 정지돈 씨 등 20, 30대 문인들이 참여했다. 누구의 답변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참여자 명단만 밝혔다.

가장 매력적인 작품 속 인물에 대한 물음에 작가들은 페터 회의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에 나오는 스밀라(냉소적인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 허먼 멜빌의 ‘백경’의 에이허브 선장(그는 스스로의 성취에만 집중한다), 스탕달 ‘적과 흑’의 줄리앙 소렐(고귀하고 순수하고 치열하다) 등을 꼽았다.

발명하고 싶은 ‘모럴’에 대한 질문에는 재기 넘치는 답변이 쏟아졌다. ‘더울 때 할 수 있는 욕 사전이 있다면 더울 때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조금 시원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터넷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너무 강력하고 효과적인 문화라 거부할 수도 없고 재미를 붙이지 않을 수도 없어서 짜증이 난다’ ‘모든 문학작품에서 추천사와 출판사의 이름, 작가의 이름 및 약력을 없애는 제도를 상상하곤 한다’ 등이 나왔다.

원고 독촉을 받을 때의 반응은 다양했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는 사죄형, ‘구체적인 시간과 날짜를 다시 제시하고 이미 많은 분량의 원고가 진행됐다고 알린다. 독촉이 마무리되면 하얀 빈 문서에서 막 출발한다’는 둘러대기형, ‘독촉을 받기 전 이쪽에서 먼저 호통을 쳐 며칠 말미를 얻어낸다’는 적반하장형 등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 중 본인이 다시 쓰고 싶은 작품에 대해선 카프카의 ‘성’, 플로베르의 ‘감정교육’ 등 고전도 있었지만 지난해 신경숙 표절 논란을 빗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언급한 답변도 있었다.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문인으로는 백석(그의 오만 청승을 들으면 술맛이 절로 날 것 같다), 김수영(목소리와 화법이 들려주는 내재율이 궁금하다), 최승자 시인(술 한 잔보다는 그냥 한번 뵙고 싶은 분이다. 습작 시절부터 애독자다), 소설가 오정희(한국문학에 처음 마음을 내주게 된 작품들을 쓰셨다) 등을 거론했다. 반면 ‘없다. 문인과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단호한 답변도 눈에 띄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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