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중국 드라마(중드)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그 선두주자는 지난해 중국 현지 시청률 1위에 인터넷 동영상 클릭 수가 30억 뷰를 넘었던 54부작 ‘랑야방’. 현지 방영과 동시에 한국으로 수입돼 중화TV에서 지난해 말 방영됐다. 국내 중드 팬들 사이에서 계속 화제가 되자 4일부터 주요 시간대인 오후 9시에 앙코르 방송되고 있다. 재방송으로는 이례적인 편성이다.
중국 양나라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역적 누명을 쓴 뒤 집안이 몰락한 임수(후거)는 얼굴과 신분을 모두 바꾼 채 강호를 호령하는 조직 강좌맹의 종주(맹주)인 매장소로 살아간다. 후계 다툼이 한창인 태자(가오신)와 5황자 예왕(황웨이더)은 천하제일 책사로 소문이 난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한다. 하지만 매장소는 어린 시절 친구이자 성품이 강직한 7황자 정왕(왕카이)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은밀히 그를 돕기 시작한다.
드라마 ‘정도전’ 같은 정치사극 성격이 강한데 여기에 ‘아내의 유혹’류 복수극까지 끼얹은 셈이다. 초반 전쟁 장면에서 다소 오글거리는 컴퓨터그래픽만 참아내면 매회 눈이 휙휙 돌아가는 무협 액션에 화려한 의상과 고풍스러운 세트로 눈요깃감을 보장한다. 거기다 주인공 매장소는 지략과 덕성을 겸비한 청아한 성품에 외모도 꽤 잘생긴 데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한국 드라마 여자 주인공 뺨치는 사연까지 갖고 있다.
‘랑야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복수와 권력 암투를 다루면서도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매장소는 복수에 매몰되지 않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신을 한탄할 줄 알고, 원수 앞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복수의 방법이 권력을 획득해 상대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잃었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 찾는 것에서 멈춘다는 점 역시 새롭다. 얼굴에 점찍고 ‘다 부숴버리겠어!’ 하는 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캐릭터가 많았던 불과 몇 년 전의 중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무협 액션과 소품, 세트, 의상의 완성도는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가 중국 역사 속에는 넘쳐난다. 그 수많은 권력 암투와 복수, 각종 사연과 전투들을 다 이렇게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2016년의 대세는 아무래도 ‘중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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