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다리 짚고 거만하게 총 걸친 점령군 日병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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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05년 서울 풍물사진 174점, 서울역사박물관서 도록으로 발간
대관정 정문사진 공개된 건 처음

1904년 일본군 병사가 긴 총을 걸치고 서울 대관정 정문 앞에 서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04년 일본군 병사가 긴 총을 걸치고 서울 대관정 정문 앞에 서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기다란 총을 어깨에 걸친 일본군 병사가 위압적인 자세로 정문을 지키고 있다.

고풍스러운 한옥 기둥에 한자로 또렷하게 ‘한국주차군사령부’라고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대한제국 시기 미국인 윌러드 스트레이트가 1904년경 찍은 대관정(大觀亭·현 서울 중구 소공동) 정문 풍경이다. 당시 일본군이 점령했던 대관정 정문 사진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일본군은 1905년 11월 을사늑약 체결을 앞두고 대한제국 영빈관이던 대관정을 점령했다. 고종이 거주한 함녕전을 내려다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대관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파대사 신분으로 한국에 온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와 함께 대관정에 머물면서 조약 체결을 진두지휘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04∼1905년 로이터통신 특파원과 미국 부영사를 지낸 스트레이트가 찍거나 수집한 사진 174점을 모아 ‘코넬대 도서관 소장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 도록을 최근 발간했다. 스트레이트는 1904년 러일전쟁 발발 직후 특파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1905년 6월 미국공사관 부영사로 부임해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의 방한을 준비했다. 스트레이트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서울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엽서와 보고서, 일기 등을 자료로 남겼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에는 1905년 촬영한 덕수궁 수옥헌(漱玉軒·현 중명전)의 측면 사진도 포함돼 있다. 미국공사관 앞뜰에서 서쪽 방향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옥헌의 정면 사진만 전할 뿐 측면 모습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수옥헌은 복원을 거쳐 현재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서울#풍물사진#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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