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작가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窓을 말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작가의 창/마테오 페리콜리 엮음/이용재 옮김/180쪽·1만5000원/마음산책

이탈리아 밀라노의 1960년대식 아파트가 보인다. 작가 팀 파크스의 작업실 창 너머 풍경이다. 마음산책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의 1960년대식 아파트가 보인다. 작가 팀 파크스의 작업실 창 너머 풍경이다. 마음산책 제공
창은 그 물성으로 인해 작가를 세계로부터 분리해 주는 동시에, 그 투명성으로 인해 작가를 세계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작가 50명의 창에 대한 글과 건축가가 그린 창 일러스트를 묶은 것이다.

짧은 글모음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네이딘 고디머의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 자택 창밖에는 화분에 심긴 나무고사리, 바질 등이 울창하다. 그러나 고디머는 “등장인물이 경험하고 보는 것들은 작가가 경험하고 보는 것이며 삶”이라면서 작가에게는 경치 좋은 방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일랜드 작가 마이크 매코맥이 창밖을 통해 보는 것은 고요함이다. 자동차나 아이, 길 잃은 개가 고요함을 깨는 듯하지만 이런 장면도 곧 고요함에 녹아든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작업실은 신주쿠의 고층 호텔이다. 창 너머 마천루를 보면서 작가는 완공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가 인용하는 ‘죽으면 누릴 광경이 없어진다’는 말은 눈이 누리는 호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물론 작가들의 창조물이 창 너머 세계와의 소통으로 인한 산물이라는 점에서, 창은 ‘창조와 그 근원을 연결해주는 것’(비평가 로린 스타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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