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 창업자인 헨리 포드(왼쪽)와 그의 아들 에드셀 포드가 1921년 ‘모델 T’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모델 T는 미국에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대표 차종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2년 전 취재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출장을 갔을 때 일이다. 전형적인 대학도시인 버클리 시 곳곳에서 유독 도요타 프리우스가 눈에 많이 띄었다.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와 같은 미국 빅3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인들은 통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차를 선호하는 편인데 상대적으로 왜소한 프리우스가 버클리에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교직원은 “버클리 시민들은 한국의 이른바 ‘강남 좌파’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며 “자신들의 높은 환경 의식을 뽐내려고 같은 배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우스를 사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미국 대중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자동차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자동차 전문기자답게 각 차량의 개발 뒷이야기와 당대 미국인들의 반응 등을 맛깔나게 정리했다. 차가 단순한 상품에 그치지 않는 것은 자동차 대중화가 자본주의 대량소비 문화를 열어젖힌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포드의 모델 T를 꼽는다. 헨리 포드의 대표작인 모델 T는 자동차는 사치품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처음 깨뜨렸다. 포드 시스템이라는 독창적인 생산 방식을 통해 1924년 대당 260달러까지 가격을 낮춘 게 결정적이었다. 부품 교환 시스템을 혁신해 자동차 수리비도 확 낮췄다.
이 과정에서 포드는 고급차 개발을 요구하는 주주들과 결별하고 편법으로 자신의 회사 지분을 크게 늘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비싸게 팔아야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상식에 구애받지 않은 포드의 독특한 판매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모델 T에 의해 미국은 이동성 사회로 탈바꿈했고 중산층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도요타 프리우스 개발 과정도 눈길을 끈다. 도요타는 1990년대 초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SUV가 각광을 받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후발주자가 되는 길을 택하지 않고 친환경차 개발이라는 역발상으로 승부를 띄웠다. 특히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음을 줄이는 연구만 주로 하고 신차 개발 경험이 전무했던 엔지니어 우치야마다 다케시에게 개발 책임을 맡기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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