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을 덮는 순간 달리고 싶어질 것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본투런/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민영진 옮김/432쪽·1만8000원·여름언덕

10여 차례 마라톤 대회를 취재했다. 매번 많은 참가자들은 결승선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일까?” 입상자와 참가자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달리면 즐거워요.”

왜 인간이 달리는지에 대해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이다. 책의 기본 뼈대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다. 저자는 AP통신 종군기자 출신이자 세계적 남성 잡지 ‘맨즈 헬스’의 칼럼니스트다. 위험한 현장도 마다하지 않지만 유독 달리기에 약했다.

자신이 왜 잘 달리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멕시코의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에 대해 알게 됐다. 스스로를 ‘라라무리(달리는 사람들)’라 부르는 이들은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의 2배인 80km를 손쉽게 달린다. 한 번에 700km를 달렸다는 역사학자의 기록도 있다.

저자는 이들을 추적하면서 이들의 삶과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직접 울트라러너로 변신한다. 진화생물학, 생리학, 스포츠의학 연구자 등의 연구 결과를 통한 이론적 뒷받침도 설득력을 더한다.

흥미를 더하는 것은 저자의 ‘맨발 달리기’ 예찬이다. 발을 보호해 주는 운동화는 오히려 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다. 그리고 다시 강조한다. “인간은 ‘운동화를 신지 않고’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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