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김광석’을 부른 중학생 기타 트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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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0일 일요일 맑음. 먼지. #191
김광석 ‘먼지가 되어’(1996년)

6일 ‘김광석 노래부르기’에서 우승한 기타 3중주단. 앞줄 왼쪽부터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 군. 김광석추모사업회 제공
6일 ‘김광석 노래부르기’에서 우승한 기타 3중주단. 앞줄 왼쪽부터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 군. 김광석추모사업회 제공
“전 아직 휴대전화에서 김광석 번호 안 지웠어요. 전화하면 받을 것 같아서요.”

6일 밤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 무대에 선 가수 한동준은 취한 듯했고 “사후세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여기 있다 생각한다. 공연하면 (그가) 늘 여기 와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했지만’의 작사·작곡가이자 고인의 오랜 음악동료다.

이날 ‘김광석 노래부르기’ 경연의 객석에는 고인의 동료와 선후배가 많이 모였다. 박학기가 사회를 봤고 ‘서른 즈음에’의 작사·작곡가 강승원, 유리상자의 박승화, 동물원의 박기영과 유준열이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무대는 평범한 가정의 주방과 거실처럼 꾸며졌다. 벽걸이TV를 연상시키는 액자에는 기타 치는 김광석 사진이 굽어보듯 걸렸다. 싱크대 앞엔 김광석이 생전에 치던 손때 묻은 기타도 두 대 비치됐다.

‘거리에서’부터 ‘서른 즈음에’까지 여러 곡이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됐지만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택한 노래는 ‘먼지가 되어’였다. 1980년대 이미키가 먼저 발표한 이 곡은 1996년 유작 ‘노래이야기’에 실려 고인 사후에야 공개됐지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리면서 젊은층이 사랑하는 김광석 노래가 됐다. 미국 유명 록 밴드 위저도 2013년 국내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이 곡을 완벽한 우리말로 불렀다(QR코드). 하향하는 베이스(라-솔-파#-파-미)에 대비되는 상향선율(‘라-시-도’)이 후렴구에서 ‘레-미-파’(‘먼지가…’)로 도약하는 부분은 반드시 따라 부르게 만드는 벅찬 구석이 있다.

1등상인 김광석상은 이 곡을 화려한 핑거스타일 연주로 해석한 중학생 기타 3인조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 군의 차지가 됐다. 원곡 특유의 비감 어린 선율과 화성을 이들은 존 매클로플린,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의 협연처럼 박진감 넘치는 기타 트리오로 풀어냈다. 이미 기타 연주로 유튜브 스타인 셋은 각각 광주, 경기 고양, 울산에 사는 관계로 공연 전날에야 서울에 모여 합주를 처음 했다고 했다. 앞서 편곡 아이디어 교환은 ‘카톡’으로 했다고….

공연이 끝날 무렵 평론가 Z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상해. 광석이 형은 서른둘인데 난 이제….’ 잠시 후, 답. ‘그래도 광석이 형이 우리 부러워할 거야.’ 그런가….

‘형이 살아있었으면 불후의 명곡에 나와서 억지웃음 짓고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계속 어떻게든 새로운 이야기 만들 테니….’

뭔가 뜨거운 것을 삼키고 싶어졌다. 거리는 차가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광석#기타트리오#김광석노래부르기#먼지가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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