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K 대표 “한국 뮤지컬 관객, 화끈한 고음의 ‘한 방’ 좋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16시 02분


요즘 뮤지컬 시장에서 ‘뜨거운’ 공연 제작사는 단연 EMK다.

2010년 문을 연 이 제작사는 최근 5년간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같은 대형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뮤지컬 스타배우들도 경쟁하듯 EMK 작품을 거쳤다.

EMK 엄홍현 대표(40)는 이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연예 활동에 적시호가 켜졌던 JYJ의 김준수, 박효신, 세븐 등을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세워 스타 팬덤을 뮤지컬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EMK가 뮤지컬 시장을 이끄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데에는 그의 치밀한 전략이 주효했다. 그는 “다른 공연 제작사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앤드의 뮤지컬을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풀 라이선스’ 형식으로 들여왔다. 반면 EMK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 뮤지컬의 대본과 음악만 사오는 ‘스몰 라이선스’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외국 뮤지컬의 기본 틀만 들여와 한국 관객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을 추가해 ‘맞춤형 뮤지컬’로 탈바꿈 시켰다”고 했다.

엄 대표가 분석한 맞춤형 뮤지컬의 포인트는 뭘까. 그는 △고음으로 화끈하게 ‘지르는’ 노래 △화려한 세트와 실감 나는 영상 △팬 층이 있는 배우를 꼽았다. 그가 다른 제작사가 관심을 주지 않았던 유럽 뮤지컬에 손을 댄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이 클래식의 본고장이다 보니 음악 자체가 풍부하면서도 힘이 있다. 한국 관객은 화끈하게 고음의 ‘한 방’을 좋아하는데, 유럽뮤지컬 음악에는 그런 특성이 분명했다.”

‘엘리자벳’ ‘레베카’ 등 EMK 뮤지컬의 또 다른 특징은 화려한 무대세트다. 그는 “투자자들이 ‘EMK는 왜 항상 예정 제작비보다 10%정도 더 쓰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늘 믿어준다”며 “재공연하는 작품도 늘 무대에 재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제작사가 탐내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도 비결이 있다. 그는 “대표로서 딱딱하게 배우들을 대하기보단 형, 오빠처럼 친근하게 대한다”며 “인간적으로 배우와 끈끈하게 지내는 것도 있지만, 작품을 보는 EMK의 안목과 과감한 투자를 믿어주는 배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새로운 이정표를 목표로 뛰고 있다. EMK가 100억, 영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각각 5대 5로 150억을 투자해 총 2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는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제작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제프 칼훈, 작사가 잭 머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스태프로 참여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먼저 초연된 뒤 영국과 미국 무대에 오른다. 3월 29일 한국에서 열리는 마타하리 개막 공연에는 영국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 18개국 공연관계자 400명이 찾을 예정이다.

그의 마음에는 ‘뮤지컬 한류’를 위한 기대와 각오로 가득하다. “이미 5개국에 마타하리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늘 외국에서 저작권을 사와 공연을 올렸다면, 이제는 외국에서 우리의 뮤지컬을 사가는 날이 멀지 않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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