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온 세계대회 우승 기회 꼭 잡아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LG배 결승에 올인 강동윤 9단

강동윤 9단은 지난해 12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대진표 추첨식에서 평소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평소 바둑공부보다 인터뷰 연구를 더 많이 한다”고 답변해 좌중을 웃길 정도로 순발력과 재치 넘치는 답변을 잘한다. 한국기원 제공
강동윤 9단은 지난해 12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대진표 추첨식에서 평소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평소 바둑공부보다 인터뷰 연구를 더 많이 한다”고 답변해 좌중을 웃길 정도로 순발력과 재치 넘치는 답변을 잘한다. 한국기원 제공
“부럽던데요. 제가 커제 9단과 같은 실력을 가졌으면 이길 확률이 96%라고 했을 텐데요. 하하.”

강동윤 9단(27)은 인터뷰할 때 톡톡 튀는 표현을 자주 쓰는 기사. “최선을 다하겠다”는 흔한 말 대신 느릿한 말투로 “누가 됐든 자신 있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커 9단도 멍바이허배 결승 대국 전 인터뷰에서 ‘상대인 이세돌 9단에게 이길 확률이 95%’라고 호언장담해 화제를 모았다. 자칭 ‘인터뷰 전문가’인 그에게 12일 전화통화에서 커 9단의 발언에 대한 소감을 묻자 “천하의 세돌이 형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고 했다.

강 9단은 최근 한국 바둑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중국 랭킹 1, 2위인 커 9단과 스웨 9단을 잇따라 꺾고 처음으로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올랐다. 이달 11일에는 요즘 국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신예 신진서 5단 등을 물리치고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응씨배의 한국 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요즘 그 두 대회 말고는 예선 탈락이 많아서 성적이나 컨디션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냥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운이 좋아서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일 뿐이에요.”

그는 의외로 쑥스러워했다. 커 9단과의 대국은 상대가 평소 실력에 걸맞지 않은 뻔한 실수를 연발해서 이겼다고 했다.

“커제가 초일류 수준이지만 이세돌 박정환과 중국의 쟁쟁한 기사들이 버티고 있어 세계 1인자를 계속 이어 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커제는 수읽기의 뒷받침 위에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한 것이 장점인데 가끔 너무 빠르다 보니 경솔한 실수가 나오긴 합니다.”

그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LG배 결승에 사실상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바둑 기술보다는 체력과 집중력 배양에 초점을 두고 아침에 조깅을 하면서 술과 담배를 딱 끊었다. 바둑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다른 기사들과 함께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LG배 결승 상대인 박영훈 9단에 대해선 ‘상대하기 껄끄러운 선배 기사’라고 평했다.

“영훈이 형이 끝내기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포석도 뛰어나고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모양을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제가 영훈이 형을 이길 때는 굉장히 힘들게 이기는데, 질 때는 쉽게 져요.”

그로서도 오랜만의 국제 기전 우승 기회여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스무 살 때인 2009년 국제 기전인 후지쓰배와 국내 기전인 천원전에서 우승할 때가 가장 성적이 좋았다. 그 이후로는 2013년 원익배 10단전에서 우승한 것이 고작이다.

그는 “지금이 2009년보다 기량은 훨씬 좋아졌다. 수읽기의 속도는 좀 떨어졌지만 형세 판단, 운영 능력 등 모든 게 좋아졌다”며 “7년 만에 온 세계대회 우승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 ‘응답하라 1988’은 바둑계 얘기가 나와 가끔 챙겨 본다고 한다. 최근 최택(박보검)이 덕선(혜리)을 만나기 위해 박카스배 결승 1국을 포기하는 장면에 대해선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드라마니까 가능할 뿐 프로기사라면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강동윤#커제#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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