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아들과 예순 살 엄마가 300일간 세계일주를 떠났다. 엄마의 환갑잔치 대신 시작한 배낭여행. 여행이 끝난 후 엄마는 말한다. “세계여행 별거 아니네!”
이 배낭여행의 얘기를 담은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일반인이 쓴 여행 에세이 가운데 베스트셀러 1, 2위(2011∼2015년 누적·예스24 기준)를 기록 중이다. 2013년 출간됐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으며 두 권 합쳐 12만 부가 팔렸다.
연말연시에는 새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 여행 에세이가 집중적으로 판매된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인기 여행 에세이로는 태원준 씨가 쓴 ‘엄마…’ 시리즈를 비롯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린 마틴 지음·글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오소희 지음·북하우스) 등이 꼽힌다.
이들 책은 가족이 색다른 방식으로 여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즐겁지…’는 미국인 노부부가 70세가 되던 해 모든 것을 처분하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정 기간 살며 쓴 여행 에세이다. ‘바람이…’는 세 돌 된 아들과 터키 여행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가족이 미니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등 세계를 누빈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빼빼가족 지음·북로그컴퍼니)도 인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혼자 여행한 경우도 눈길을 끈다. 13개국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를 담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김얀 지음·달)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집한 후원자 200여 명의 좌우명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아프리카를 60여 일간 여행한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안시내 지음·상상출판)이 있다.
일반인이 여행 에세이를 내기 위해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출판사에는 매일 한 건, 많게는 하루에 10건 이상 글이 쏟아져 들어온다. 김지향 달 출판사 편집장은 “한 해 400편가량 원고가 들어오는데 여행 에세이가 70%가량을 차지한다”며 “이 가운데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1, 2권 정도”라고 말했다.
2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책으로 ‘빛’을 보기 위해서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는 “글 솜씨는 기본이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여행하거나 다른 이들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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