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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포는 사회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동아일보
업데이트
2016-01-15 03:00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입력
2016-01-15 03:00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조종엽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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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관련 연구서 펴낸 감정사회학자 박형신 박사-정수남 교수
박형신 박사(왼쪽)와 정수남 교수는 17년 전 강사와 학부생으로 만난 인연을 계기로 ‘감정사회학’을 공동으로 연구해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 사람들은 요즘 두렵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고, 먹을거리엔 못 먹을 게 들어갔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취업준비생들은 언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지, 근로자들은 다음 달이나 내년에도 그대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감정사회학’을 연구하는 박형신 박사(54)와 정수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41)는 공포 등 감정의 사회적 작용을 다룬 책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한길사·사진)를 최근 냈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감정을 꼽았다. 2000년대 초반 ‘부자 되세요’ 열풍을 시작으로 광우병 파동, 세월호 참사 애도, 지역갈등, 취업 및 실업 공포 등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주요 현상이 대부분 감정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책은 ‘공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들은 “만연한 공포는 구성원을 순응적으로, 사회를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하위 계층 청년들의 체념이 담긴 ‘금수저, 흙수저’론이 그 예다.
정 교수는 “가족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이 유행어는 가난한 집 청년들이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는 ‘체념집단’이 돼 버린 현실을 반영한다”며 “일자리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청년의 활력을 빼앗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고도 경쟁사회 구성원의 불확실한 미래는 사회적 문제임에도 개인적인 무능력 탓으로 다뤄진다”며 “정부는 불확실성에 따른 사회 구성원의 공포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사회학은 사회 연구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진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에 대한 애도 물결, 미국 9·11테러 이후 공포와 증오 등을 계기로 활성화됐다.
박 박사는 “1987년 이후 형식적 민주화와 시민의식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답보 상태인 것은 합리성만으로 우리 사회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공포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감정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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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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