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유카리 이와타니 케인 지음·이민아 옮김/552쪽·2만2000원·알마
지독한 독재자였지만 뛰어난 혁신가였던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의 행로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애플은 팀쿡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에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IT기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애플의 전·현직 임원과 애플 거래업체 등 관계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애플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애플의 ‘정신’이다. 저자는 애플이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것을 전제로 내건다. 우선 잡스의 후계자인 팀 쿡을 혁신이라는 잣대로 평가한다. 꼼꼼한 완벽주의자이자 관리 능력이 탁월해 ‘재고 관리의 제왕’으로 불리는 그는, 그러나 혁신 측면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의 실패가 대표적이다. 애플 단말기의 업그레이드 모델이 잇달아 나와도 시장의 반응은 이전처럼 열광적이지 않다. 심지어 애플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테슬라 인수에 나서는 등 새로운 것을 ‘사들이려는’ 모습을 보인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실적이 좋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험 요소가 만만치 않다. 중국의 폭스콘 한 곳에 외주 생산을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 본사 직원에 대한 처우에는 신경을 쓰면서 폭스콘 직원에 대해선 가혹하다는 점 등이 그렇다. 더욱이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도전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애플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에 대해서는 법정싸움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위협적인 대상으로 분석한다. 잡스가 없는 애플은 모든 게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자는 팀 쿡이 발표하는 게 장기적인 전망이 아닌 다음 분기 실적에 머무른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비친다. “세계를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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