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로트부터 클래식까지… 방대한 樂書의 바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3시 00분


◇장정일의 악서총람/장정일 지음/592쪽·1만7800원·책세상

먼저, 음반도 책도 잘 안 팔리는 시대에 ‘음악에 관한 책들에 관한 책’을 내놓은 저자와 출판사의 배포에 박수부터 보낸다. 문학가이자 음악 마니아인 저자의 음악서적 독후감 모음집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책은 무려 170권이 넘는다. 트로트부터 팝, 록, 재즈, 클래식, 국악까지 다양한 음악사를 꿰뚫으며 독후감을 늘어놓는 탓에 음악 마니아 아닌 독자는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런데 책장은 제법 술술 넘어가게끔 돼 있다. 챕터별 분량이 5, 6쪽으로 짧게, 짧게 토막 나 있기 때문이다. 재즈 전문 월간지 ‘엠엠재즈’에 연재된 ‘장정일의 음서(음악서적) 이야기’를 모은 게 내용의 대부분이어서다.

제목이 ‘딱’이다. 다루는 음악서적의 범주가 방대하다. 국내에 우리말로 나온 음악서적은 거의 다 소개했다. ‘존 레넌’ ‘마일스 데이비스’ ‘에디트 피아프’ 같은 음악가 평전, ‘호모 무지쿠스’ ‘서양음악사와 여성’ 같은 학술서가 많지만 ‘꿈꾸는 책들의 도시’ ‘콘트라베이스’ ‘와이키키 브라더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속에 녹아있는 음악 흔적들도 추출해 늘어놓는다. 저자는 여러 장을 할애해 헤르만 헤세를 음악의 성자라고 부르며 그의 장편소설 속에 음악이 흐르지 않는 경우는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뿐이라고 짚어내기도 한다.

책의 줄거리와 중심 주제 설명은 친절하지만 강단 있는 작가의 독후감인 만큼 글에 넘치는 기개 역시 재밋거리다. 이를테면 ‘에릭 클랩턴’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원래 신이란 믿거나 안 믿거나 양단간의 문제지, 궁금하고 자시고 할 게 없다. 그러므로 그의 자서전을 읽는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한 자들이라고 해야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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