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기 작가(58)의 ‘독도전쟁’(쌤앤파커스)은 박어둔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다. 박어둔은 조선 숙종 때 안용복과 함께 일본에 끌려갔던 인물이다. 작가는 독도를 지킨 백성 안용복이 유명한 데 반해 박어둔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 착안했다. 그는 박어둔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 모았고,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을 입혔다. 》
‘독도전쟁’을 펴낸 소설가 김하기 씨(왼쪽)와 ‘독도 지킴이’ 가수 김장훈 씨가 만났다. 두 사람은 “독도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서려 있는 섬”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하기 역사 장편소설 ‘독도 전쟁1’(왼쪽)과 ‘독도 전쟁2’. 쌤앤파커스 제공때마침 가수 김장훈 씨(49)가 이 소설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독도 지킴이’로 활약해온 김 씨가 책을 주목했음은 물론이다. 13일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장훈 씨와 김하기 씨는 서로를 가리키며 “독도!”라고 외치면서 웃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며 기념하는 ‘다케시마의 날’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 참석하고,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 이즈음에 ‘독도전쟁’을 썼다.” 김 작가가 집필을 시작했던 때를 돌아봤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그는 “일본이 호시탐탐 우리 땅을 노리는 지금, 말없이 독도를 사랑하고 지켜낸 ‘소리 없는 영웅’ 박어둔의 삶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장훈 씨도 책을 읽은 감상을 밝혔다. “독도 지킴이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도 안용복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던 터다. 그런데 그에게 박어둔이라는 동지가 있었다니…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더라.”
소설에서 일본 도쿠가와 쓰나요시 장군과 마주한 박어둔은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역사적 근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신라 지증왕 때 우산국을 정벌한 이사부를 비롯해 고려와 조선이 울릉도와 독도를 통치하고 조공을 받은 사실, 쇄환(울릉도 거주자를 본토로 돌려보냄)정책 등이 박어둔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김장훈 씨는 소설 속 박어둔이 차분하게 진술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영토의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해선 안 되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박어둔의 논리적인 연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1693년 안용복과 박어둔의 도일(渡日)을 계기로 조선과 일본 간에는 치열한 쟁계(爭界)가 벌어진다. 조선과 일본 간 영토분쟁이다. 1696년 1월 일본 막부는 일본 어민에게 ‘죽도도해금지령’을 내린다. “독도를 우리 땅으로 확약하는 과정에서 안용복, 박어둔 두 민초가 결정적인 힘을 미친 것”이라고 김 작가는 의미를 부여했다.
김 작가는 박어둔이라는 인물이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는 “친부에 대한 고뇌, 신분제 사회에 대한 고민 등에 몰두했지만 일본으로 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면서 “나라 밖으로 나오니 오히려 나라에 대한 깊은 애국심이 생기게 된 것으로 그렸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훈 씨도 “2003년 미국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뒤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며 “집 떠나면 애국자 된다고 하지 않느냐. 남은 삶은 좀 더 나누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면 좋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독도가 단순히 하나의 섬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독도는 우리의 심장이고 자존심입니다. 일본 러시아 중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고요. 우리 국민이 이 중요한 곳의 역사적 의의를 알아야 합니다.”(김하기)
“독도를 지키는 데 가장 큰 적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무관심입니다. 우리 국민이 박어둔처럼 독도를 온전히 한국 땅으로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독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데서 지킴이의 걸음을 시작하길 기대합니다.”(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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