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 같은 ‘응답’에 불친절한 결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종영 ‘응답하라 1988’이 남긴 것

신원호 PD는 ‘응팔’ 방송 시작 전 기자간담회에서 “망할 때까지 시리즈가 가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응팔’의 성공으로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tvN TV 화면 캡처
신원호 PD는 ‘응팔’ 방송 시작 전 기자간담회에서 “망할 때까지 시리즈가 가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응팔’의 성공으로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tvN TV 화면 캡처
시청자의 응답은 뜨거웠다.

16일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 마지막 회인 20화가 평균 시청률 19.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15일 방송된 19화(18.6%)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웠다. 이전 기록은 2010년 10월 22일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결승전이 기록한 18.1%였다.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골목길의 훈훈한 풍경을 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같은 이전 편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공동체에 대한 추억을 담아내

‘응팔’은 청춘 멜로에 방점을 찍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족 극이었다. 덕선(혜리) 택(박보검)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 등 골목길 5인방의 얽히고설킨 러브라인뿐만 아니라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명예퇴직에 내몰린 중년 가장 동일(성동일)의 애환, 갱년기 50대 여성 미란(라미란)의 어려움, 배우자를 먼저 보낸 무성(최무성)과 선영(김선영)의 재혼 등을 다뤄 젊은층과 장년층 시청자를 모두 잡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 극에서 흔히 봐왔던 세대 갈등과 막장 없이 참신하게 풀어낸 다양한 에피소드는 여주인공 남편 찾기 못지않은 재미를 주며 시청층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과거 이야기와 현재의 문화, 생활코드를 적절히 조화시킨 것도 성공의 이유로 꼽힌다.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지만 선우와 보라 같은 연상연하 커플은 요즘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공부에는 적성이 안 맞지만 한 분야에 몰두하는 ‘덕후’ 정봉(안재홍)이 사업가로 성공하는 설정도 과거를 현재화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사라진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그려 잃어버린 공동체를 복원한 점과 병우유, 카세트테이프, 보온 도시락 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도 극의 인기를 끌어올린 요소다.

○ 산으로 간 결말 아쉬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드라마의 주요 재미였던 남편 찾기의 결말이 이상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누리꾼들은 극 내내 덕선의 남편으로 택과 경쟁하던 정환이 말 한마디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갑자기 스토리 전개가 이상해지고 류준열의 분량이 사라졌다. 결말이 성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16회까지 방영한 뒤 가진 휴식기는 독이 됐다. 온라인상에 각종 소문과 ‘스포일러’(결정적 내용을 미리 알리는 것)가 나오며 논란을 불렀다. 제작진이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논란은 더 커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갑자기 극의 흐름이 바뀐 것은) 제작진이 ‘스포일러’에 민감해했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었던 드라마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다. 선우 보라 커플은 알고 보니 동성동본이며, 보라 덕선 자매가 겹사돈 등으로 얽히고설킨 반전에 시청자들은 “막장이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응팔#응답하라1988#신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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