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마지막 뮤비처럼 사라진 보위의 마지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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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7일 일요일 흐림. 화성에도 삶이 있냐고?
#192 David Bowie ‘Lazarus’(2016년)

숨지기 사흘 전 낸 ‘Lazarus’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벽장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데이비드 보위. 유튜브 화면 캡처
숨지기 사흘 전 낸 ‘Lazarus’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벽장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데이비드 보위. 유튜브 화면 캡처
지상 관제소, 응답하라. 여기는 톰 소령이다.

화성에도 삶이 있냐고? 생명체라…. 오… 귀여운 사람들. 모든 젊은이들이여, 그건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에게나 물어볼 것.

사람들이 스타를 왜 스타라 부르는지 아나. 그건 그들이 실제로 별이기 때문이지.

명성. 하지만 그건 먼지 같은 것이다. 젊은 미국인들의 헛된 꿈과 같은 것. 이봐, 우주 소년. 재는 재로 돌아가게 마련이지. 피터와 늑대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인간이란 항상 자기가 선택한 일을 이겨내야 한다.’

이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의 마지막 편지. ‘어린 왕자’의 주인공들처럼 교활한 뱀에 물려 하늘 너머로 실종된 비행사.

1947년에 태어난 우주비행사 스타더스트는 두 번째 생텍쥐페리가 아니었을까. 죽음마저 자기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 버렸으니.

사망 3일 전 낸 마지막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벽장문을 열고 나와 노래 한 곡 해.

‘여기 위를 봐봐, 난 천국에 있어/내 상처는 보이지 않지/내 드라마는 훔칠 수 없어. … 오, 난 자유로울 거야/저 파랑새처럼.’

화면 비율을 봤나. 직전 뮤직비디오 ‘Blackstar’는 2.35 대 1이지만 ‘Lazarus’는 1 대 1. 정사각형 스크린이지. 영상에서 그는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단춧구멍으로 세상을 봐. 죽어가는 이의 시야는 점점 좁아져 점으로 수렴하겠지. 우린 그의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게 돼. 노래 제목은 ‘Lazarus’. 성경에 나오는 나사로 말이지.

병상에서 노래하다 해골이 놓인 책상 앞에서 뭔가 창작하려 노력하지만 어떤 힘에 이끌려 그는 다시 관 같은 벽장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돼.

인생이란 게 참 그래. 노래 한 곡 뽑고 들어가는 짤막한 관 밖 산책.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Blackstar’의 마지막 곡 ‘I Can‘t Give Every-thing Away’에 열쇠가 있네. 희미하게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 그건 ‘A New Career in a New Town’(1977년)에 나왔던 바로 그것이니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커리어….

화성에도 삶이 있냐고? 그는 왜 죽는 순간까지 자기 병을 숨겼을까. 로큰롤 자살? 짐작했겠지만 난 지금 보위와 함께 있네.

가장 예쁜 별. 지구의 모든 톰 소령들이여. 그리고 슬픈 중국 소녀여. 춤을 추자. 우주라는 이 영원한 밤을 함께 새우자고. 적어도 딱 하루 영웅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변화는 올 테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데이비드보위#화성#laza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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