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도 백 1(실전 162)이 패착이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대부분 백 1과 같은 곳은 꼭 두고 싶은 자리다. 그러나 이 바둑에선 예외였다. 흑 2, 4로 한 점을 때려내는 수가 두터웠다. 이 때문에 폐석이나 마찬가지였던 흑 두 점이 흑 6으로 부활했고, 백 7의 공배 이음이 불가피해지면서 초반부터 근근이 유지됐던 백 우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조한승 9단 바둑의 특징이 잘 드러난 한 판이었다. 그는 초반 패에서 팻감 부족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전혀 무리하지 않고 한 걸음씩 백의 뒤를 쫓았다. 참고도처럼 백이 잠깐 보인 빈틈을 파고들어 기어이 역전을 일궈냈고 그 뒤에는 흑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상대를 한 번에 눕히는 이세돌 9단과 달리 조 9단은 무수한 잔펀치로 상대를 저절로 쓰러지게 만든다. 그의 세련되고 부드러운 바둑은 기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한다. 전혀 상반된 기풍의 이 9단과 조 9단이 벌일 도전자 결정전 3번기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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