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처음과 끝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故 신영복 교수 서화집 ‘처음처럼’
2월 선뵈는 개정판 미리 보니…

다음 달 출간될 고 신영복 교수의 서화집 ‘처음처럼’에 담긴 ‘집 그리는 순서’. 노인 목수의 집 그리는 순서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작업한 책이다. 돌베개 제공
다음 달 출간될 고 신영복 교수의 서화집 ‘처음처럼’에 담긴 ‘집 그리는 순서’. 노인 목수의 집 그리는 순서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작업한 책이다. 돌베개 제공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생전에 모은 그림과 글을 정리해 다시 내는 ‘처음처럼’에 새로 실리는 내용이 공개됐다. 2007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한 서화집 ‘처음처럼’을 대폭 바꿔 돌베개 출판사가 내는 새 책은 고인이 생전에 직접 작업한 마지막 책이 됐다. 책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새 책은 신 교수의 사상을 대표하는 두 단어인 ‘처음처럼’으로 시작해 ‘석과불식(碩果不食·과일나무에 달린 가장 큰 과일은 따먹지 않고 종자로 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고인이 고른 그림과 글이 대거 추가됐다. 고인은 기존 책과 언론사 및 포털사이트 등에 기고했던 글 가운데 200여 편을 골랐고 출판사가 이를 다시 추렸다. 고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에피소드도 일부 재수록됐다. 분량은 232쪽에서 280여 쪽으로 늘어나고 구성도 3부에서 4부로 확대된다.

새롭게 추가된 글에는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을 짚어내고 성찰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노인 목수가 지붕을 먼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집 짓는 순서대로 주춧돌, 기둥, 들보 등을 차례로 그리는 데 충격을 받는 ‘집 그리는 순서’, 동생들의 끼니를 위해 피를 팔기 전 찬물을 들이켠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재소자의 이야기인 ‘물 탄 피’ 등이 담겼다. ‘그림자 추월’에서 신 교수는 말한다. “경쟁과 속도는 좌절로 이어집니다. 그림자를 추월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세월호’를 통해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세월호가 왜 넘어졌어요? 아래쪽에 평형수가 없어서 넘어졌어요. (중략) 세월호 이후 강한 국가 기강을 만들고 국정과 국격을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전부 상층을 바꾸겠다는 얘깁니다. 그거 안 됩니다. 평형수로 하부를 가득 채워서 중심을 채워야 합니다.”

책은 바뀌었지만 ‘사람이 마지막 희망이고, 사람이 처음과 끝이다’라는 고인의 정신은 그대로 담겨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출판사는 책의 출간과 함께 추모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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