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왔던 조선시대 삼국유사 목판본 도난품으로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03시 00분


문화재 지정때 출처-유통경로 철저 규명해야
문화재계 장물논란 끊임없이 일어… 대학도서관 위탁 시효 넘기는 수법도

최근 경매에 나왔다가 장물 의혹이 제기된 조선시대 삼국유사(三國遺事) 목판본이 도난품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날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이 현장 감정을 한 결과 신고자가 제출한 사진(영인본)과 삼국유사 목판본의 서체나 얼룩 등이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목판본이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직후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난당한 삼국유사 목판본이 경매시장에 나왔다”며 유족이 도난 신고를 해왔다.

문화재계에서 장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년 전 국립대 도서관을 ‘장물 세탁’에 이용한 대범한 범죄가 경찰에 적발됐다. 범인은 1만 권 가까운 고서(古書)를 훔친 뒤 이를 경북대 도서관에 10년간 위탁했다. 도난품 공소시효 10년이 지나자 위탁해지를 해 도서관에서 고서를 되돌려 받은 뒤 고미술상 등에 팔아넘겼다. 이 중 조선시대 재산 상속 과정을 기록한 ‘홍치(弘治·명나라 홍치제의 연호) 6년 분재기(分財記)’는 1493년 작성돼 분재기 중에선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보물급 가치를 갖고 있었다. 고서를 처음에 훔친 박모 씨는 공소시효가 경과해 빠져나갔고 위탁을 맡긴 건설업자 백모 씨만 장물은닉 등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5년 이후 문화재 도난 신고 건수는 705건으로 이 중 회수된 문화재는 29.6%(209건)에 불과하다. 유통 경로가 복잡한 고미술 시장의 속성상 최종 소유자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규명하기가 까다롭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장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물 구입이나 국가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출처나 유통 경로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2년에 보물 제758-2호로 지정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공인박물관 소장본)의 경우 지난해 3월 “1988년에 도난당한 물건”이라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문화재청이 8개월 뒤에야 방문 조사를 할 정도로 무관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문화재 지정 단계에서 소유자가 출처나 소장 경위를 입증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삼국유사#목판본#도난품#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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