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혼자다/장철문 외 48인 지음/방현일 그림/124쪽·9000원·사계절
◇날아라, 교실/백창우 외 52인 지음/김유대 그림/112쪽·9000원·사계절
무심코 책장을 넘기는데, 제일 앞에 있는 몇 줄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늘/강아지 만지고/손을 씻었다.//내일부터는/손을 씻고/강아지를 만져야지.’ 10년 넘게 강아지를 키워서인지, 세상을 보는 저의 무딘 시선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시 제목이 제 마음 같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반성’입니다.
이런 마음은 어떨까요? ‘보랏빛 제비꽃이 핀 날은/학교 안 가면 안 돼요?//나풀나풀 첫 나비, 부웅붕 첫 벌을 본 날은/학교 안 가면 안 돼요?’ 세상에 생명이 가득 차오르는 봄날엔 학교 말고 직장 말고 들판에 있었으면 하는 이런 마음, 생각만 가득하지요. 마지막엔 이렇게 타협합니다. ‘벚꽃학교가 문 여는 날 딱 하루만 학교 안 가면 안 돼요?’ 아! 들어주고 싶네요. 이안 시인의 ‘벚꽃학교 문 여는 날’입니다.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시에서 전국 동시인대회가 열렸습니다. 동시를 쓰는 시인 100여 명이 뜻을 함께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그때 뜻을 함께한 동시인들이 만든 기념 문집의 성격입니다. 2010년대 동시의 전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10년대는 동시 문학 100년사에서 가장 융성한 시기입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에 틈을 만드는 일이지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102명의 시를 49와 53으로 나눈 이 두 권의 책 편집에도 그런 틈이 보여서 재미있습니다. 정진아 시인이 ‘틈은 웃는 거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에게 틈이 있으면 안 된다고?/아니, 완벽하려고 하지 마/숨 막혀/재미없어//헤- 벌린 입을 봐/미소를 만들잖아/틈은 웃는 거야’ 동시가 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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