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재결합 ‘건스 엔 로지스’…‘GnR’ 외쳐 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4일 16시 18분


2016년 1월 24일 일요일 맑음. 줄여서. #193 Guns N‘ Roses ’Sweet Child of Mine‘(1987년)

“…오늘 낮에 서가대에 가보려고 했었는데 못 가서 ㅎㅎ.”

열흘 전 오후 5시쯤. 가요기획사 관계자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가대…. 서가대라…. 눈앞이 하얘졌다. 0.5초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따 홍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서가대면… 서강대의 오타겠지…. 그래. 일찍 도착해 서강대에서 일 좀 보고 있겠단 얘기…!‘ ’아니. 우리 회사가 광화문이잖아. 낮에 교보문고 광화문점 서가(문서나 책 따위를 놓아두는 선반)에 가볼까 했는데 못 간 거야. 그니까 광화문 쪽으로 와서 책 좀 보고 있겠단 얘기…?‘

이럴 때일수록 빠르고 침착해야지. 답장 늦게 보내면 안 된다.

“서가대요??”

“네네 서울가요대상ㅎㅎ”

약어의 시대다. 학관(학생회관)과 중도(중앙도서관)를 지나 버카충(버스카드 충전)과 빠바(파리바게트)를 건너 서가대에 도착했다. 약어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왠지 내 지갑에 버스카드 모양의 벌레가 살 것 같고, 서가대는 권위적인 시상식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계어‘네, ’요즘 애들 왜 그러네‘ 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뭐, 약어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동굴 속에 상형문자, 그거 다 약어 아닌가?!

음악계에도 약어는 늘 풍성했다. ELP(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 NKOTB(뉴 키즈 온 더 블럭), RATM(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 1D(원 디렉션), 5SOS(5 Seconds of Summer)처럼 자연스레 줄여 부르는 그룹 이름도 있고, R.E.M.(rapid eye movement), LMFAO(Laughing My Fucking Ass Off)처럼 아예 줄여서 나온 명칭도 적잖다. 날씨도 춥고 마감도 얼마 안 남았는데 관등성명 다 대기 귀찮다.

미국 록 밴드 건스 엔 로지스가 재결합한다. 슬래시(기타)와 액슬 로즈(보컬)가 23년 만에 화합하는 무대를 보러 4월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 ’Sweet Child o‘ Mine’을 여는 그 속 시원한 반복악절은 중절모 쓴 슬래시 형이 쳐줘야 제 맛이니까. ‘She’s got a smile~‘ 하는 로즈의 코맹맹이 소리가 터져 나올 때까지 ’GnR(Guns N‘ Roses)!’을 연호해줄 거다. 콜로라도 사막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근데 25일 여친(여성그룹 ‘여자친구’) 컴백. 물론 헤어진 여자친구가 다시 돌아온단 얘기는 절대 아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gnr#약칭#건스 엔 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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