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57이 조한승 9단 바둑의 면모를 보여준다. 침착하고 빈틈없다. 이런 수는 흔히 ‘놓이고 나면 쉽고 좋은데 막상 떠올리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 수.
흑 63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심코 참고 1도 흑 1로 두면 지금은 우상 백 세력을 배경으로 바싹 다가서는 백 2가 돋보인다. 백 10까지 반상 전체적으로 백이 두텁다. 참고 1도처럼 우상, 좌상, 좌하 등 3군데가 함께 연결되는 두터움의 위력은 매우 막강하다.
백 66, 68을 선수한 것은 좌변을 키울 때 쓰는 수법. 이후 백은 당연히 참고 2도 백 1처럼 좌변을 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세돌 9단은 뜻밖에도 백 70으로 우상 귀 실리를 차지했다.
왜 갑자기 작전을 변경할 것일까. 이 9단은 참고 2도가 실패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본 듯하다. 백으로선 좌변에 다걸기(올인)하는 셈이어서 좌변이 무너지면 바둑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흑 71로 좌변을 갈라친 것이 빛나는 호수. 흑 71은 백진 속에 있긴 하지만 사실상 공격이 잘 안 되는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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