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오늘 ‘여친’이 돌아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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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4일 일요일 맑음. 줄여서. #193
Guns N’ Roses ‘Sweet Child o’ Mine’(1987년)

건스 엔 로지스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건스 엔 로지스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오늘 낮에 서가대에 가보려고 했었는데 못 가서 ㅎㅎ.”

열흘 전 오후 5시쯤. 가요기획사 관계자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가대…. 서가대라…. 눈앞이 하얘졌다. 0.5초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따 홍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서가대면… 서강대의 오타겠지…. 그래. 일찍 도착해 서강대에서 일 좀 보고 있겠단 얘기…!’ ‘아니. 우리 회사가 광화문이잖아. 낮에 교보문고 광화문점 서가(문서나 책 따위를 놓아두는 선반)에 가볼까 했는데 못 간 거야. 그니까 광화문 쪽으로 와서 책 좀 보고 있겠단 얘기…?’

이럴 때일수록 빠르고 침착해야지. 답장 늦게 보내면 안 된다.

“서가대요??”

“네네 서울가요대상ㅎㅎ.”

약어의 시대다. 학관(학생회관)과 중도(중앙도서관)를 지나 버카충(버스카드 충전)과 빠바(파리바게뜨)를 건너 서가대에 도착했다. 약어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왠지 내 지갑에 버스카드 모양의 벌레가 살 것 같고, 서가대는 권위적인 시상식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계어’네, ‘요즘 애들 왜 그러네’ 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뭐, 약어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동굴 속에 상형문자, 그거 다 약어 아닌가?!

음악계에도 약어는 늘 풍성했다. ELP(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 NKOTB(뉴 키즈 온 더 블록), RATM(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1D(원 디렉션), 5SOS(5 Seconds of Summer)처럼 자연스레 줄여 부르는 그룹 이름도 있고, R.E.M.(rapid eye movement), LMFAO(Laughing My Fucking Ass Off)처럼 아예 줄여서 나온 명칭도 적잖다. 날씨도 춥고 마감도 얼마 안 남았는데 관등성명 다 대기 귀찮다.

미국 록 밴드 건스 엔 로지스가 재결합한다. 슬래시(기타)와 액슬 로즈(보컬)가 23년 만에 화합하는 무대를 보러 4월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 ‘Sweet Child o’ Mine’을 여는 그 속 시원한 반복악절은 중절모 쓴 슬래시 형이 쳐줘야 제맛이니까. ‘She’s got a smile∼’ 하는 로즈의 코맹맹이 소리가 터져 나올 때까지 ‘GnR(Guns N’ Roses)!’를 연호해 줄 거다. 콜로라도 사막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근데 25일 여친(여성그룹 ‘여자친구’) 컴백. 물론 헤어진 여자친구가 다시 돌아온단 얘기는 절대 아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여자친구#서가대#gn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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