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엽, ‘서해 바다 청어 밀무역’ 사건이 적발된다. 서해상 ‘풍천, 장연 경계’에서 조선의 배들이 청나라 배에 청어를 판다. 불법이다. 청나라 문종(文宗·1831∼1861) 무렵이다(‘임하필기’). 풍천은 지금의 송화다. 옹진반도 위쯤의 바다다. 오늘날 중국 배들이 꽃게 불법 조업을 하는 해역이다.
청어는 조기, 명태와 더불어 고려,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흔했던 생선이다. 시대, 시기별로 한반도 해안 여기저기에서 잡았지만 특히 함경도 앞바다에서 많이 잡았다. 옹진반도 부근의 청어는 이 시대에는 흔했지만 곧 사라졌다. 지금도 서해의 청어는 드물다.
조선 정부에서 ‘서해안 청어 밀무역’을 문제 삼았던 것은 세금 때문이다. 청어는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많이 잡히니 셈하는 단위도 크다. ‘청어 1동’은 2000마리다. 조정에서는 ‘생청어(生靑魚)’ 혹은 ‘건청어(乾靑魚)’를 세금으로 받았다. 많이 잡히는 생선은 세금 총액도 크다. 이런 생선이 밀무역 대상이 되면 정부로서는 눈감기 힘들다.
청어를 잡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어장은 큰 그물을 친 다음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그물을 걷는 방식이다. 밀물과 썰물을 따라서 움직이던 청어가 걸려든다. 어장은 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어조(漁條)는, 배에서 그물을 던지고 바로 그물을 당겨서 고기를 건지는 방법이다. 어장이든 어조든 사용하는 배에 세금을 매긴다. 배의 크기 등을 보고 ‘20동짜리 배’ ‘10동짜리 배’라는 식으로 셈하여 미리 세금을 정해둔다. 등록된 배는 청어가 잡히지 않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지방 관아에서 조정에 올린 보고서들을 보면 ‘생산량은 많이 줄었는데 세금은 그대로니 고통스럽다’는 내용이 많다. 잡다가 못 잡는데 세금은 여전히 내는 경우도 있다.
‘방렴(防簾)’은 긴 나무 꼬챙이를 발처럼 바다에 꽂은 다음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멸치잡이 죽방(竹防)은 방렴 중 대나무 꼬챙이를 사용한 방식이다. 방렴 방식은 폐해가 많았다. 함경도의 방렴은 1770년경 영남에서 전래되었다. 20년 후쯤, 원산 일대에만 방렴이 190곳으로 늘었다.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 너도나도 방렴을 시작하니 청어 어획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세금은 그대로니 파산하는 경우도 잦다. 방렴에 물고기가 많이 들도록 굿을 벌이고 굿을 위해서 소를 불법 도살하는 엉뚱한 일도 벌어진다. 세금을 걷는 기관(균역청)과 지방 관청은 이해관계가 다르다. 북도(함경도) 암행어사가 균역청과 의논하여 방렴을 없애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린다(‘일성록’ 가운데 정조대).
청어는 널리 사용되었다. 구워 먹기도 하고 청어죽(粥)으로 먹기도 했다. 왕실의 제사에도 사용했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은 “쌀 한 말에 청어가 스무 마리 남짓으로 비싸다. 아침 밥상에서 청어를 먹는다. 청어가 인간의 장기에 기운을 가득 차게 한다”고 표현한다(‘목은시고’).
교산 허균은 청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청어는 네 종류가 있다. 북도에서 나는 것은 크고 배가 희고, 경상도에서 잡히는 것은 등이 검고 배가 붉다. 호남에서 잡히는 것은 조금 작고 해주(황해도)에서는 2월에 잡히는데 매우 맛이 좋다. 명종 이전만 해도 쌀 한 말에 50마리였는데 지금은 전혀 잡히지 않으니 괴이하다’(‘성소부부고-도문대작’).
청어는 쉬 상한다. 대부분의 청어는 건청어, 즉 관목어(貫目魚)로 유통되었다. 오주 이규경은 “건청어(말린 청어)는 관목어”라고 못 박았다. “연기가 통하는 부엌의 창에 청어를 매달아 두면 연청어(煙靑魚)가 된다”고 했다. 훈제청어다(‘오주연문장전산고’). 한편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서는 ‘청어의 두 눈이 말갛게 서로 비칠 정도가 되는 신선한 것을 관목이라고 한다. 청어 2000마리에서 관목 한 마리를 얻을 정도로 귀하다’고 했다. 과메기가 ‘관목’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다수설이다. 그러나 ‘관목’이 과연 어떤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청어는 ‘비유어(肥儒魚)’라고도 불렀다.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비웃’은 ‘비유어’에서 시작된 것이 현재 다수설이다. 청어를 ‘비우어(肥愚魚)’라고 표기한 기록도 있다. ‘비우어는 구우면 흘러나온 기름이 불을 끌 정도이고 맛은 보통이 아니다’라고 했다(‘임하필기’). ‘비웃’의 시작이 ‘비유어’인지 ‘비우어’인지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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