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5주기를 맞아 선생을 기리는 낭독회가 열린다. 달출판사는 생전에 선생과 가까웠던 문인과 지인들이 박완서 선생의 작품을 낭독하고 선생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려한 문체에 섬세한 현실 감각을 담은 소설과 산문뿐 아니라 따뜻하고 수줍었던 선생의 일상까지 두루 전해 듣는 자리가 될 참이다.
최근 선생의 지인들이 엮은 대담집 ‘참 우리가 아끼던 사람’(사진)도 나왔다. 시인 김승희 장석남 씨, 소설가 김연수 정이현 씨, 평론가 신형철 박혜경 씨 등이 선생을 찾아뵙고 나눈 대화가 묶였다. 1980년의 인터뷰부터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10년 대담 기록까지 30년의 시간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나에게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장석남 시인과 대화할 때 선생은 “소설이 무슨 거창한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밟힌 제 자신의 울음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6·25전쟁의 체험이 글쓰기의 기원이 됐음을 가리키는 고백이다.
소설가 김연수 씨와 한국소설의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생은 “사실 소설은 대중을 위해 발생한 게 아니에요? 대설이 아닌 소설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고”라고 말한다. 소설은 독자와 호흡하는 장르라는 선생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호기심 많고 속정 깊었던 ‘인간 박완서’도 틈틈이 엿보인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 예술영화 전용 극장에서 개봉 중인 제3세계 영화, 인기 있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까지 속속들이 꿰고 계신다.”(소설가 정이현) “당신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는 모습 보여 드리면 반찬통 하나 들고 옆에 서서 ‘뭐 담아 줄까?’ 그러셨어요.”(시인 이병률) 선생의 장녀 호원숙 씨는 책에 적힌 어머니의 말씀에 대해 “더욱 되새기고 싶다. 어머니가 진정으로 그리워 거듭 꺼내어 보게 된다”고 밝혔다. 고인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작품들과 해사한 웃음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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