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집입니다 가야산 중턱 해인사 숨은 듯 깊은 산 속에 팔만대장경 품어 안고 오랜 세월의 무게 묵묵히 감당해왔습니다
법보사찰 장경판전 어느 시대의 눈빛이 이렇듯 강하고 태산 같은 버팀목 되었으리오 그 역사 짊어진 하늘 여전히 향기 감돌고 자부심 짙은 숨결 멀리 멀리 울리는 종소리입니다
무심한 듯 단조로운 모습 남쪽 수다라장 북쪽 법보전 그러나 원활한 통풍 위해 창의 크기 다르게 틔우고 흙바닥 속에는 숯과 횟가루 소금 모래 차례로 깔아 습도 조절하여 자연조건 살리면서 참으로 지혜로워라 합리성 과학성 살린 장경판전
정녕 세상에서 제일 큰 집입니다 팔만대장경 귀하고 귀한 겨레의 보물 뜨겁게 지켜온 우리 겨레의 집입니다
하늘 아래 가장 크고 가장 높은 말씀의 집이 계시네. 나라 평안하고 백성 홍복 누리는 무량한 기도의 다락 지켜 서 계시네.
신라 애장왕 3년(802년) 부처님의 공력으로 왕후의 병을 낫게 한 보은으로 지었다는 가야산 중턱 655m 해인사 경내의 높은 자리에 오르면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국보 52호)이 두 채가 있다. 남쪽 수다라장(修多羅藏)과 북쪽 법보전(法寶殿)으로 나뉘어 앞면 15칸, 옆면 2칸으로 나란히 있는데, 15세기 건축물로서 세계에 오직 하나 대장경판을 수장하고 있어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고려 헌종 때 판각된 첫 경판이 1232년 몽골군의 침략으로 소실되고 고종 35년(1248년) 두 번째 완성된 경판을 강화 선원사에서 조선 태조 7년(1398년) 한양 지천사를 거쳐 여기 해인사로 이운(移運)하여 안치하였다.
판전은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명당이어서인가. 임진왜란 때도 승병과 의병들에 의해 지켜냈으며 6·25전쟁 때도 김영환 대령의 폭격 중지 명령으로 위대한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었다.
단청도 입히지 않은 수묵빛 장엄한 판전은 통풍과 일조량 습도의 조절 기능을 갖추고 소금, 숯, 횟가루, 모래를 다진 바닥 등은 오늘의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지붕 위에는 새가 앉지 않고 거미 등 벌레들도 침입하지 않는다니 이 말씀의 집이 원력이 아닌가.
시인이 찬하여 ‘팔만대장경 귀하고 귀한 겨레의 보물’이라 우러르니 이 집에 자자손손 복을 누리며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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