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바둑 프로그램이 유럽에서 프로 기사를 상대로 이기고,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 9단은 한 인터뷰에서 “수년 뒤에는 인간이 바둑에서조차 컴퓨터에 밀리는 것 아닌가” 우려했다. 걱정되는 것은 바둑뿐이 아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기술 등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자율 주행차라고 하면 흔히 운전을 직접 안 해도 되는 자가용이 떠오른다. 하지만 자율 주행차가 화물 운송이나 공장 내에서 뭔가를 나르는 일을 비롯해 광범위한 운송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 7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멋지게 하늘을 나는 드론을 보며 박수만 칠 때가 아닌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업도 마찬가지다. 판사의 일 같은 법무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공지능이 해당 업무의 상당 부분을 가장 빨리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직종에 속한다. 법 관련 실무의 상당 부분은 판례 등 자료를 조사하는 일이다. 사람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의사는 어떨까. 미국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암을 진단하기 때문에 오진 확률이 더 적다’고 광고하는 병원도 있다. 기자? 일부 스포츠와 증시 보도 기사를 이미 ‘로봇’(프로그램)이 쓰고 있다.
이쯤 되면 정말 책 제목처럼 ‘인간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당시 메모리는 8GB(기가바이트)였다. 10년이 안 된 지금은 64GB가 나온다. 지금부터 10년 뒤에는 메모리가 2TB(테라바이트)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약 2조 바이트로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 두뇌에 있는 뉴런 수(약 1000억 개)의 20배 정도 된다. 뉴런과 메모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이 언젠가 두뇌 이상의 정보처리 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이미 대체하고 있고, 급속히 대체할 것이지만 그 위험을 지각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혁명에 반발했던 노동자들은 기계에 모래를 뿌리는 등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 것일까.
인공지능학자로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인 저자는 인공지능 확산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업이 고용 약속을 하고 근로자가 미래의 수입을 빌려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데 쓰도록 하는 ‘직업 대출’ 제도 등을 제안한다.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