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9일 화요일 맑음. 환상특급: 내일의 뉴스. #195 Megadeth ‘Dystopia’(2016년)
이건 비밀이다. 기자가 되기 전엔 한 번도 기자가 되고 싶은 적이 없었다는 것. 취업할 무렵에 만난 면접관들, 그러니까 몇몇 언론사 임원 분들께는 무척 죄송한 일이다.
기자가 되고 나서야 기자가 조금 좋아졌다. 어릴 때 본 미국 TV시리즈 ‘환상 특급(The Twilight Zone)’ 때문이다. ‘중간지대’를 뜻하는 영어 제목처럼 곧잘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희한하게 뒤틀리며 무너지는 것을 그린 뒤 드라마는 대개 권선징악의 결말로 향했다. ‘내일의 뉴스’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억이 맞다면 스토리는 이렇다. 어떤 사람이 어디서 중고 TV를 주워와 틀었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그 TV는 오늘이 아닌 내일의 뉴스를 보여주는 마법의 TV였던 것이다. 당장 복권과 경마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그 사람은 큰 부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간신문 기자는 내일의 뉴스를 알고 있다. 훌륭한 특종기자는 아니지만 가끔은 내게도 그런 날이 있다. 사람들이 모르는 재미난 소식을 나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오후에 기사로 써뒀고 그게 내일 아침 발행되면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줄 거라는 생각을 하며 퇴근하는 날. 그 두근거림이란…. 근데 만약 어느 날에 그 내일의 뉴스가 인류의 절멸이라면…?
미국 메탈 밴드 메가데스가 3년 만의 신작 ‘Dystopia’를 최근 내놨다. 밴드 ‘램 오브 갓’의 무자비한 드러머 크리스 애들러, ‘앙그라’의 기교파 기타리스트 키코 루레이로가 새로 가담해 강력한 사운드를 뿜는다.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은 되는 앨범이다.
노랫말 속에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의 냉소적 세계관이 여전하다. 밴드의 오랜 마스코트 ‘빅 래틀해드’는 신작 표지와 뮤직비디오에서 로봇으로 진화해 디스토피아의 기계 공권력과 싸운다. 래틀해드는 눈, 귀, 코가 금속으로 봉합된 해골 인간. 그를 보면 영화 ‘터미네이터’의 핵폭발 장면이 떠오른다.
언젠가 꼭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을 인터뷰해보고 싶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가 내뱉는 ‘평화를 팔게요. 근데 누가 사려나?(’Peace Sells…But Who‘s Buying?’·1986년 앨범 제목)‘식의 비아냥거림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다. 이끄는 밴드 이름도 냉전시대 핵전쟁 공포에서 가져온 그가 이렇게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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