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가장 주력하는 전시로 ‘이집트전(展)’을 꼽으면서 꺼낸 말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할리우드 영화 소재로 자주 다뤄지는 등 대중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박물관 전시에서도 충분한 흥행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국(自國) 문화재의 요람인 국립박물관이 외국 문화재를 소개하는 전시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관람객 수가 중요한 평가지표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속내는 단순하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유치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228만9264명으로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4%나 줄었다.
게다가 용산 이전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의욕적으로 준비한 메인 전시인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특별전은 2개월 동안 고작 3만8220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반면 전시 기간이 2개월로 엇비슷한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특별전에는 9만9413명이 방문했다. 한국과 아시아 주요국의 불교조각을 총망라한 메인 전시가 한-체코 수교 25주년 기념전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불상이 전시 소재로서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박물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한 박물관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불상 특별전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며 “각 불상이 왜 여기 전시돼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어 전문가들도 갸우뚱거리더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개막한 국립민속박물관의 ‘밥상지교(飯床之交)’ 특별전은 라면 그릇 안에 동영상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등 톡톡 튀는 전시 아이템을 활용해 불과 40일 만에 3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정우택 동국대 교수(동국대 박물관장)는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시 설명을 개선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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