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부터 방영된 tvN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이 그렇다. 순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대학생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팍팍해진 대학의 현실을 현미경처럼 담고 있다. 대학을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묘사하던 1980∼90년대 캠퍼스 드라마와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 캠퍼스의 민낯
이 드라마에서 대학생활은 전쟁이다. 기타를 치며 잔디밭에 누워 노래하던 예전 대학생의 모습은 없다. 주인공 홍설(김고은)은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지 않으면 학업을 이어갈 수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 속 홍설의 방 모습이 화제가 됐다. 행거, 침대, 책상을 놓으면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방,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간 생활용품들 등 자취생의 생생한 모습이 그려졌다.
학생들 간의 온정은 메말랐다. 드라마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원들 중에 ‘프리라이더(무임 승차자)’의 이름이 가차 없이 지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취업이 힘들어진 대학에서 학점 경쟁은 더없이 치열해진 모습이다. 연애는 사치다. 홍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다가오는 사랑도 주저한다.
대학 4학년인 김상우 씨(26)는 “학비 마련, 아르바이트, 학점 경쟁으로 벌어진 학우들 간의 갈등 등 드라마를 통해 대학 생활에서 겪은 비슷한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 예전 캠퍼스물은 낭만 그 자체
과거 캠퍼스 드라마는 대학 생활의 낭만과 사랑을 소재로 다뤘다. 캠퍼스 드라마의 시초로 꼽히는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1987년)에서는 의대생들의 사랑이 그려졌다. MBC ‘우리들의 천국’(1990년)과 KBS ‘내일은 사랑’(1992년)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의 촬영 장소가 된 대학의 인기가 높아졌고 출연 배우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우리들의…’는 장동건을, ‘내일은…’은 이병헌을 스타로 만들었다. 배용준은 KBS ‘사랑의 인사’(1994년)로 데뷔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980∼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50%가 되지 않던 시기로 대학이 대중에게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 캠퍼스 드라마 인기 내리막길
2000년대 들어서는 명문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SBS ‘카이스트’(1999년)는 과학 분야 수재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는 미국 하버드대를 배경으로 로스쿨 유학생 김현우(김래원)와 메디컬스쿨 학생 이수인(김태희)의 사랑을 담았다.
하지만 ‘러브스토리…’ 이후 낭만 스토리는 시청자에게 외면받았다. 예술대학이 배경인 MBC ‘넌 내게 반했어’(2011년)는 6%대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조기 종영됐다. 명문 음대생의 사랑을 다룬 일본 인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2006년)를 리메이크한 KBS ‘내일도 칸타빌레’(2014년)도 원작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뒤부터 로맨스보다 현실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