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시장 거품 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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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헐값 낙찰-매물 철회 잇달아… 2016년 10위권 낙찰총액 2015년의 64%
중국 경제 위축-유가 하락에 6년간 활황장세 급격히 꺾여

2월 영국 소더비 현대미술옥션 카탈로그 표지에 실렸다가 경매 직전 철회된 리히터의 ‘추상적 회화’.
2월 영국 소더비 현대미술옥션 카탈로그 표지에 실렸다가 경매 직전 철회된 리히터의 ‘추상적 회화’.
《 예술 정보 전문지 블루인아트인포는 지난달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90년작 ‘Abstrakte Bilder(추상적 회화)’가 2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를 대표하게 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최고 추정가 2000만 파운드(약 350억 원)의 이 그림이 역대 경매 최고 낙찰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그러나 10일 경매 직후 이 작품의 상세정보 링크 페이지는 소더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그림 소유주인 이란 출신 컬렉터들이 경매 개시 직전에 매물 철회를 요청한 것.

미국 화가 장미셸 바스키아가 사망하기 한 해 전인 1987년 완성한 그림 ‘Despues De Un Puno’(최고 추정가 약 140억 원)도 경매에 임박해 철수됐다. 예정대로 경매에 오른 바스키아의 1982년작 ‘무제’는 단 세 명이 응찰해 최고 추정가에 미치지 못한 620만 파운드(약 108억 원)에 낙찰됐다. 이 그림의 전 소유주는 3년 전 크리스티 미국 뉴욕 경매 거래가 1200만 달러(약 145억 원)의 75%만 건졌다.

이달 초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885만 파운드(약 331억 원)에 거래된 피카소의 유채화 ‘여인의 얼굴’ (1935년). 현재 올해 경매 낙찰가 1위에 올라 있지만 3년 전 미국 경매 낙찰가보다는 가격이 약 150억 원이나 떨어졌다. 사진 출처 sothebys.com
이달 초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885만 파운드(약 331억 원)에 거래된 피카소의 유채화 ‘여인의 얼굴’ (1935년). 현재 올해 경매 낙찰가 1위에 올라 있지만 3년 전 미국 경매 낙찰가보다는 가격이 약 150억 원이나 떨어졌다. 사진 출처 sothebys.com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조차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하향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피카소가 4번째 연인 마리테레즈 왈테르를 그린 1935년작 ‘Tete de Femme(여인의 얼굴)’은 3일 열린 소더비 런던 인상주의&모던아트 경매에서 1885만 파운드(약 331억 원)에 거래됐다. 이날 경매의 최고 낙찰가지만 2013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의 낙찰가 3990만 달러(약 482억 원)의 70%도 안 되는 가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다렸던 ‘건강한 조정’이 시작됐을 뿐”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소더비 상담사 리사 시프 씨는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거품 붕괴의 위험 같은 건 없다. 신진 작가가 아닌 경우 대개 적절한 가격에서 수월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은 대개 일시적인 위축으로 볼 수 없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경매 낙찰가 상위 10개 작품의 거래 규모를 집계해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과 비교했다. 피카소의 ‘여인의 얼굴’, 루치안 프로이트의 ‘임신한 소녀’를 위시한 올해 경매시장 상위 10개 작품 낙찰 총액은 1억6020만 달러(약 193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4924만 달러(약 3015억 원)의 64%에 그쳤다. “이런 현상을 놓고 그저 ‘컬렉터들이 더 합리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됐다’고 하는 건 저의가 의심스러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경제의 위축과 유가 하락으로 인해 6년간 계속된 미술시장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술시장 붐은 이제 확실히 정점을 지났다”고 분석했다. 시티뱅크는 “2000년 이후 평균 연 13%의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미술시장은 올해 9%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유사시에 현금화하기 용이한, 유명 작가의 대표작에 매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리히터#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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