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재즈계 ‘앙팡 테리블’의 그래미 신고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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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화요일 눈. 작은 알렉산더.
#196 Joey Alexander ‘Giant Steps’(2015년)

이번 그래미어워드에서 가장 압도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의 닐 포트나우 회장은 늘 그렇듯 시상식 후반부에 정장 차림으로 나와 “음악인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옳은 소리를 했다.

그때 이날의 ‘거인’이 나타났다. 조이 알렉산더(본명은 조사이어 알렉산더 실라·사진). 열두 살짜리 재즈 피아니스트. 파란 안경을 낀 귀여운 꼬마 신사는 레고를 조립하는 대신 거대한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았다. 열 개의 작은 손가락으로 그가 유려한 즉흥연주를 쏟아내자 객석에 있던 허비 행콕이 아빠 미소를 빛냈다. 연주가 끝나자 테일러 스위프트, 브루노 마스, 더 위켄드 같은 VIP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알렉산더는 세계 재즈계에 뚝 떨어진 불가사의다. 휴가지로 많이 찾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관광업을 했다. 여섯 살 때 아빠가 사다준 미니 키보드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재즈 명곡 ‘Well, You Needn‘t’를 쳤다. 아빠가 가진 텔로니어스 멍크의 판을 듣고 그냥 따라 친 거다. 아니, ‘반짝반짝 작은 별’도 아니고.

아들의 무시무시한 재능에 놀란 부모님은 관광업을 때려치우고 수도 자카르타로 이주한다. 알렉산더가 거기서 인도네시아 재즈 명인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그러다 우연히 이국을 찾은 미국 명인들 눈에 띄고 말았다. 2014년 윈턴 마살리스의 초청으로 미국 뉴욕의 재즈 명소, ‘재즈 앳 링컨센터’ 무대에 섰다. 현지 매체들이 뒤집어졌다. 그의 믿기지 않는 재능을 행콕도 극찬했다. 악보에 쓰인 대로 따라 치기도 벅찬 나이에 독창적인 즉흥연주를 놀라운 기량으로 구사했으니까. 발리에서 출발해 ‘스타킹’도 안 거치고 재즈 수도로 직항한 이 신동은 2015년 데뷔앨범 ‘My Favorite Things’를 냈다. 그때 알렉산더 나이, 열한 살이었다.

음반의 첫 곡, 10분 15초짜리 ‘Giant Steps’(원곡 존 콜트레인)부터 이 꼬마 거인의 분방한 즉흥연주는 화염을 뿜는다. 알렉산더는 이번 그래미에서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과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의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날 알렉산더는 수상에 실패했다. 자기보다 나이가 3∼5배 많은 베테랑들에게 트로피를 넘겨줬다. 그러나 알렉산더, 너, 아니 당신은 내가 열두 살 때 뭐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즈#알렉산더#조이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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