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가 ‘여성 아이돌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던 KBS2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의 정규편성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설 연휴 때 방송한 ‘본분 금메달(연출 최승희)’은 각종 테스트를 통해 여성 아이돌의 ‘본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엑스아이디(EXID)·에이오에이(AOA)·여자친구·트와이스 등 유명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해 체력테스트·상식테스트·섹시 댄스 테스트·개인기 테스트·집중력 테스트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실상은 숨겨진 반전 테스트를 통해 여성 아이돌 멤버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예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출연자들은 첫 번째 체력 테스트에서 철봉 오래 매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이는 철봉에 매달려서도 예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비주얼 유지 테스트’였다.
다른 테스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바퀴벌레 모형을 던진 후 누구의 놀라는 얼굴이 가장 예쁜지 확인하거나, 단상에 올라가 춤을 추게 하고 단상에 설치된 체중계를 통해 출연자들의 몸무게를 확인하는 식이었다. 상대의 말에 얼마나 리액션을 잘하는지, 분노조절을 잘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도 이어졌다.
일부 시청자는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 참여 게시판을 통해 “여성 아이돌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인형 취급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시청자를 웃겨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인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 재밌게 시청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6일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와 같은 방송의 내용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를 위반한 것이기에 방송민원을 제기했다”며 “‘본분 금메달’의 정규편성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본분 금메달’은 테스트를 통해 여자 아이돌의 본분은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늘 리액션을 잘 해줘야 하고, 화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여성은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여자 아이돌을 가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닌, ‘보기 좋은 꽃’ 같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이는 여자 아이돌 나아가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여론을 반영하여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엄중한 심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지켜 ‘본분 금메달’을 정규편성하지 않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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