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마귀 씌었냐” vs “성상품화 불쾌해”…밧줄에 묶인 설현, 어느 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17시 41분


밧줄에 묶인 가수 설현의 광고를 다룬 ‘맨 인 컬처’ 설현 편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150만 회 이상 조회되며 화제가 됐다. ▶본보 17일자 21면 참조

기사와 설문조사 결과를 둘러싼 반응은 다양했다. ‘나는 광고를 보고 성적으로 흥분되지 않았다. 걸리버 여행기 패러디로만 보이는데 음란 마귀라도 씌인 거냐’ ‘데이터 걱정 대신 설현의 몸이 묶인 건 맥락이 없다. 소인국 콘셉트라면 소인은 왜 없나’….

스마트 시대에서 콘텐츠의 수는 무한대로 수렴한다. 무한한 콘텐츠는 무한히 경쟁한다. 언론사, 방송제작자, 광고기획자들의 호객은 점점 대담해진다. 포털사이트의 연예뉴스란을 보자. 오늘도 ‘핵잼’과 ‘폭풍 성장’, ‘섹시 대결’ 같은 제목이 도배돼있다. 등장하는 연예인 이름만 바뀔 뿐. 101명의 가수 연습생을 1등부터 꼴찌까지 늘어놓는 ‘프로듀스 101’,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가수의 몸무게를 까발린 ‘본분올림픽’ 같은 프로그램은 쉽게 화제가 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초자극 사회’를 우려했다. “요즘은 초등학생조차 자기 가슴이 작다고 고민합니다. 대중문화 속 몸에 대한 지나친 동경으로 더 큰 자극을 찾아가게 됐어요. 내면적 가치가 사라지고 얄팍한 겉모습만 남을까 걱정됩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아이 같은 얼굴에 육감적인 몸”이 도드라진 설현 신드롬에서 사람들의 통제 욕구가 읽힌다고 했다. 자아는 커진 반면 남의 얘기는 오히려 덜 경청하는 사회 속에서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가 쉽게 대상화할 수 있는 인물을 향해 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한 사진작가는 “이쪽 업계 관점에서 보자. 20대 초반의 예쁜 여성 모델을 쓰면서 S코드를 무시하는 광고주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난센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연한 걸 뭐 하러 취재하나요?”

애초에 ‘맨 인 컬처-설현 편’의 출발점은 ‘밧줄 광고’가 아니었다. 설현의 뒤태가 강조된 다른 SK텔레콤 광고와 G마켓 CF였다. 하지만 ‘밧줄 설현’에서 여러 시사점을 발견했다. 밧줄 광고를 언급하자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던 SK텔레콤 관계자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광고 사진을 전송해줬다. 첫 답은 이거였다. “어이쿠.” 감탄이었을까, 탄식이었을까.

물론 그 사진은 걸리버 여행기 콘셉트로만 읽힐 수도 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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