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는 엇박자 음악의 귀재 스팅이 내놓은 드문 정박자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엇박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그리고 있죠. 노래의 주인공은 도박사입니다. 그런데 그가 카드를 돌리는 이유는 돈을 따거나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운과 기회의 과학적 규칙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엉뚱한 곳에서 자신의 삶의 원칙을 찾으려는 것이죠. 그는 실패할 것입니다. 카드 테이블은 그런 것을 찾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도박사는 감정을 숨겨야 하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마스크는 하나뿐이니까요.
노래의 기타 반주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기타를 어느 정도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도전해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저처럼 코드 하나 잡고 다음 코드로 옮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스팅을 모르는 사람도,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에 나왔던 노래라고 하면 아실 것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레옹은 비밀스럽고 감정 표현이 없는, 베일에 가려진 최고의 살인청부업자입니다. 그런데 우유만 마시고 화분을 하나 보살피던 그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소녀 마틸다가 쳐들어옵니다. 부패한 경찰에 의해 일가족을 잃은 마틸다를 돕던 레옹은 결국 죽게 되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레옹은 사랑을 배웁니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상이 없을 때, 혹은 왜곡된 관계로 인해 고통받을 때, 인간은 ‘투사’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 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외부 대상에서 발견하는 것이죠.
투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사항 혹은 두려움의 표현입니다. 자신이 외면하고 있거나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은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죠. 혹은 외부에 투영하는 것입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진실인 것입니다. 레옹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갈급하고 있었던 감정과 사랑을 마틸다에게서 발견하고, 그 어린 소녀를 통해 성장합니다.
투사는 희망사항을 외부에서 발견하고, 그것에 영향을 받고 닮아감으로써 인간을 성숙시켜 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내가 어떤 면을 자꾸 타인에게 투사하고 있는지, 어떤 측면만 반복적으로 찾아내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면, 나의 결핍과 희망사항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 치료는 대부분 그 ‘투사’를 파악하고, 그 이유를 찾아들어 가며 진행되곤 합니다.
하지만 투사가 과도할 때에는 대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혹은 이상화하여 심각한 문제가 초래됩니다. 상대방은 5인데 혼자 일방적으로 10이라고 단정하고 과도한 기대를 하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그 기대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투사가 풀려서 허상임을 확인하게 되면 그 결과는 실망과 배신감과 파국입니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감정을 억압하는 살인청부업자는 사실 어린아이이기에 우유만 마시고, 자신이 돌봄 받고 싶기에 화분을 돌보고, 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렵기에 열쇠 구멍과 망원경을 통해서만 세상을 봅니다. 그리고 도박사는 쓸데없는 집착과 가면 때문에 행운과 기회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가 그의 가슴의 형태를 알려면, 당연히 카드를 접고 일어나 가면을 벗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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