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것처럼 한 동네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사라졌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300명이 넘는 인원이 말입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우리가 겪은 현실입니다.
더 가혹한 건, 사라진 학생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 일이 세상 이치와 감정 표현에 서툰 초등학생들에겐 어떤 무게로 다가와 있을까요? 이 동화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형이 사라진 뒤, 주인공에게 형이 나타납니다. 평소처럼 허세에 가득한 말투로 주인공 손가락에 나무 싹을 심어주고 가네요. 꿈일까요? 그런데 진짜 손가락 끝이 아픕니다. 형이 잘 지키라고 하니, 6월이지만 장갑을 끼고 다녀야겠습니다.
며칠 뒤, 손가락 끝에서 진짜 싹이 납니다. 점점 커져 나무가 됩니다. 이 나무가 자라는 동안은 형과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자신의 뒤를 밟는 같은 반 친구 세 명. 내 장갑을 벗기려나 봅니다. 같은 반 친구 세 명이 진지하게 물어옵니다. “너 정말 형과 말을 했느냐”고요. 사실이라면, 자신들도 누나와 형과 말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건 현실적인가요, 비현실적인가요?
이 사건을 동화에서 다룬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의 흔들리는 마음과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의 시선이 묘하게 교차되면서, 주인공도 독자도 눈물 나게 합니다. 치유의 시작입니다. 사실이 압도적일수록, 문학은 그 이면의 사람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말아야 합니다. 작가도 그럴 모양입니다. ‘어떻든, 나는 이 일에 대해 또 쓰게 될 것 같다’는 단호한 작가의 말에서 결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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