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영원한 다거, 성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0일 03시 00분


◇성룡-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성룡, 주묵 지음·허유영 옮김/664쪽·2만2000원/쌤앤파커스
위험한 액션도 직접 연기하며 평범한 영웅으로 사랑받은 청룽
영화 뒷이야기부터 사생활까지 인간적인 모습 솔직하게 털어놔

청룽은 고난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6, 7m 높이에서 와이어 없이 한 손으로 매달리는 것은 예사. 왼쪽 위와 아래 사진은 영화 ‘프로젝트 A’(1983년), 오른쪽 위는 ‘러시아워’(1998년). 쌤앤파커스 제공
청룽은 고난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6, 7m 높이에서 와이어 없이 한 손으로 매달리는 것은 예사. 왼쪽 위와 아래 사진은 영화 ‘프로젝트 A’(1983년), 오른쪽 위는 ‘러시아워’(1998년). 쌤앤파커스 제공
청룽(성룡)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쥬라기 공원’에서 사람과 공룡이 함께 나오는 장면의 특수효과를 어떻게 찍었는지 물었다. “간단해요. 버튼, 버튼(을 계속 누르면 되죠)”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스필버그가 청룽 당신은 그 위험한 액션들을 어떻게 찍었느냐고 물었다. “간단해요. 롤링(구르고), 액션(몸놀림하고), 점프(뛰고), 컷(끝나면), 호스피털(병원 가죠)!”

영화 속 청룽은 악당들에게 여기저기 얻어터지면서 간신히 정의를 실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몸으로 때우는’ 그의 액션은 우아하지 않고 항상 아슬아슬한 가운데 코믹하다. 이 책은 인간 청룽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자서전이다. 청룽과 영화사 홍보 직원이었던 주모(주묵)가 함께 썼다.

1954년 홍콩. 청룽은 전 국민당 군인으로 상하이 부두의 깡패를 거쳐 외국 영사관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역시 전 상하이 암흑가의 여걸로 영사관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5.5kg의 우량아로 태어난다. 제왕절개 수술비를 내기 어려웠던 부모는 집도의로부터 입양 보내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청룽은 소학교 1학년 때 낙제를 하고 장난을 많이 쳐 퇴학을 당한 뒤 일곱 살 무렵 ‘중국희극학원’에 보내진다. “팔려가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부모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죠.”

그것으로 청룽의 유년기는 사실상 끝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청룽은 매일 잠을 6시간만 잤고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쿵푸 훈련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언제나 재빠른 그의 달리기는 당시 학원의 대사형 훙진바오(홍금보)가 때리는 것을 피하려 도망치다 보니 늘었다고 한다.

영화판에 나온 뒤에는 단역 무술배우로 시체 역할을 하고 무술감독도 거절한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겠다고 나서는 등 애쓰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이 살던 호주로 가 1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 ‘사형도수’ ‘취권’ ‘소권괴초’ 등 3편의 영화가 연달아 대성공을 거두며 대스타로 발돋움한다.

청룽의 이야기는 솔직하다. 20대에 천만장자가 돼 볼썽사납게 거들먹거렸던 일, 자신의 아이를 낳은 아내 린펑자오(임봉교) 모르게 재산을 빼돌렸던 일, 혼외자가 있는 게 세상에 드러나자 아내에게 잘못을 빌기보다 이혼을 먼저 생각했던 일 등을 담백하게 말한다. 감출 수도 있는 속생각까지 털어놓는다. 책 속 그는 마음이 약해서 잘 거절할 줄을 모르고 사기도 잘 당하고 실수도 잦지만, 그래서 인간적이다.

청룽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청룽은 액션 연기를 하다가 다친 뒤에도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일어나 웃지만, 실제로는 촬영 당시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적도 많다. 그 상황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가 자서전을 낸다고 하자 영화계 동료와 명사 149명이 추천사를 보내왔다. 훙진바오는 “자네는… 쉽지 않아! 늙을 수 있다면 그것만도 다행이지”라고 썼다.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다친 곳이 없는 그의 건강을 염려한 것이리라.

청룽은 평소에도 걷다가 복사뼈와 발이 탈골되면 본인이나 비서가 끼운다. 무릎 연골이 마모돼 지금은 잘 달리기 어렵다. 책에는 그가 다친 곳을 일람한 ‘전신 부상 지도’가 실렸다.

그의 기부는 유명하다. 이미 15년 전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했다. 자신이 죽을 때 통장 잔액이 ‘0’이기를 소망한다고.

그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을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이생에 스스로를 구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지면을 빌려 그를 한번 불러보자. “다거(大哥·‘형님’)!”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성룡#청룽#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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