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日 최고 복요리로 호사하니, 거대한 주상절리가 어서오라 손짓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2박 3일 일본 규슈 동해안 여행

지방도 217호선이 지나는 오이타 현 동부 해안의 가미우라 포구. 이곳 사이키 시는 들고남이 복잡다단한 동부 리아스식 해안의 수많은 포구를 두루 아우른다.
지방도 217호선이 지나는 오이타 현 동부 해안의 가미우라 포구. 이곳 사이키 시는 들고남이 복잡다단한 동부 리아스식 해안의 수많은 포구를 두루 아우른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한때는 국도 7호선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은 부산 울산 포항을 거쳐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 최북단 고성까지 이어진다. 그게 처음 건설됐을 때만 해도 해안구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길에서 차를 모는 것은 도심의 직장인에겐 아주 특별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교통량이 늘어나며 고속화국도로 업그레이드되고, 해안을 벗어난 길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그런 매력을 지니지 못하게 됐다.

그런 아쉬움을 달랠 새로운 길을 일본 규슈 동해안에서 찾았다. 북쪽의 오이타 현의 벳푸와 그 아래 미야자키 현의 시가이아 피닉스리조트를 잇는 해안구간이다. 이 길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곳은 고작해야 벳푸와 피닉스리조트 정도. 나머지 구간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답지. 그래서 최근 탐험하는 자세로 이곳을 산큐패스 버스여행으로 다녀왔다.

그 여행의 수확은 의외로 짭짤했다. 오이타 시 남쪽 우스키에선 일본 최고의 복요리를, 미야자키에선 와규의 요코즈나(스모 챔피언)라 불리는 미야자키 규 데판야키를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멋진 바다경승지도 여럿 발견했다. 17km 바다 건너 시코쿠 섬 최서단(에히메 현)을 조망할 수 있는 세키자키의 등대, 높이 80m의 주상절리로 이뤄진 200m 깊이의 해안단구 우마가세가 그것이다. 꼬불꼬불 길이 돌아나갈 때마다 멋진 바다와 해변을 보여주던 작은 포구의 풍광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눈과 혀가 호사를 누린 2박 3일의 여행일기를 공개한다.


제1일 ◇경로: ‘히타∼벳푸∼오이타∼사가노세키∼세키자키∼우스키’. 이 중 세키자키는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에서 아담과 하느님이 손가락을 맞대듯이 서로를 향해 돌출한 규슈 오이타 현과 시코쿠 에히메 현이 만나는 지형 중에서 서쪽 사가노세키 반도의 끄트머리다. 그 반대편은 시타미사키 반도의 시타미사키. 그 사이는 17km. 사가노세키 항에서 페리가 오간다. ◇생선요리: 규슈와 시코쿠, 이 두 큰 섬 사이의 바다는 좁은 물목으로 물살이 거세다. 그래서 그곳 분고나다(豊後灘) 해역은 고기도 많이 나고 맛도 좋기로 소문났다. 대표적인 어종은 전갱이(아지)와 고등어(사바). 그 맛은 거친 물살을 헤치느라 많이 축적시켜 놓은 지방에서 온다. 그래서 여기서 잡은 생선에는 지역명(사가노세키)의 일부인 ‘세키’를 붙여 브랜드화했다. 세키아지와 세키사바가 그것이다.

오이타 현의 옛 이름은 분고(豊後). 풍성할 ‘풍’자는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규슈의 아홉 개 나라 중에서도 먹을 것이 풍성하다 해서다. 그래서 ‘도요노구니(豊の國·먹을 게 풍부한 나라)’라 불려왔는데 이곳에 나오는 맛좋은 생선도 한몫했다. 지역 명성을 높여준 생선 중에는 우스키 어부가 주로 잡는 복어(후구)도 있다. 우스키는 세키자키 남쪽으로 전갱이와 고등어 어장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세키후구‘로 불려왔다. 사가노세키가 더 크다보니 거기에 브랜드를 빼앗긴 것이다.

일본에서 복요리로 가장 유명한 곳은 우스키가 아니다. 시모노세키다. 시모노세키 항에 가면 복요리 전문점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이건 허명이다. 시모노세키는 큰 항구여서 근해의 생선이 모두 거기서 경매되기 때문에 그리 알려진 것뿐이다. 진짜로 맛있는 복어요리 명소는 이 우스키이고, 그래서 시모노세키 주민들조차도 제대로 된 복요리를 맛보러 우스키(별도 기사 참조)를 찾고 있다.

◇풍광명소: 사가노세키 반도의 끝 세키자키는 두 시간 정도 트레킹으로 둘러볼 만한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오르내리며 40분가량 걸으면 등대. 거기서 산등성을 따라 오르면 ‘해성관’이란 천문대에 닿는다. 정면 바다 너머로 시코쿠가 보이는데 등대 덕분에 아주 멋진 풍광이 연출된다. 사가노세키 반도엔 버스가 없으니 여길 가려면 렌터카를 이용한다.

제2일 ◇경로: 우스키∼쓰쿠미∼사이키∼가마에(이상 오이타 현)∼기타우라(미야자키 현 노베오카 시)

◇생선요리: 이 구간의 지형은 해안선의 들고남이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의 전형. 버스는 곳곳에 포진한 크고 작은 포구들을 들른다. 따라서 차창에 기대어 하염없이 바다와 포구를 바라보는 ‘멍때리기’식 주유를 권한다. 그런 포구와 도시에는 싱싱한 생선을 싼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 곳곳에 산재한다. 무얼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곳에 가기 전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 가마에(蒲江·사이키 시)라는 곳에서 생선구이로 이름난 식당 ‘오사카나무라’를 찾기로 했었다. 그런데 마침 휴일이라 국도 388호선이 지나는 가마에 포구의 ‘미치노에키(道の驛)’ 안 식당에서 생선덮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미치노에키는 관광객이 통과하는 도로에 만든 휴게소. 지역의 특산물과 그걸로 만든 음식을 판다.

◇풍광명소: 이곳에선 너무도 다양한 풍경이 펼쳐져 꼭 어디를 가라고 소개하기가 쉽지 않다. 들르는 포구마다, 지나는 해안마다 색다르다. 특징이라면 어떤 포구든지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고 조용하며 평화롭다는 것. 그런데 미야자키 현 경계에 가까워지면서 예쁜 해변이 줄줄이 나타났다. 오이타 현 최남단 사이키 시의 호토즈우라(波당津浦), 미야자키 현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기타우라(北浦)의 시모아소, 스미에 해변이 대표적. 주변 숲에는 캠핑사이트도 있어 한여름 캠핑하며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아 보였다.

◇바다 조망 료칸:
기타우라의 조금 북쪽 포구마을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이 있고 이곳에 다카야마(高山)라는 현대식 료칸이 있다. 일부러 여길 예약한 것은 태평양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식사 등 료칸 서비스도 시골 포구의 료칸이란 선입견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고급스럽다. 다시 한 번 일본 료칸의 저력을 확인했다. 저녁상엔 역시 신선한 생선이 많이 올랐는데 하이라이트는 ‘이세 새우’라고 부르는 바닷가재. 회를 떠낸 뒤 나머지로 죽을 끓여 냈다.

제3일 ◇경로: 기타우라∼노베오카∼휴가(휴가미사키 우마가세)∼미야자키(시가이아 피닉스리조트)

◇데판야키: 데판야키는 일본식 철판구이. 미야자키에서만큼은 ‘미야자키 규’ 데판야키가 제격이다. 명소는 여러 곳인데 가장 이름난 곳은 ‘시가이아 피닉스리조트’ 안의 셰러턴 그랜드 오션 리조트호텔 1층의 전문식당. 2004년 타이거 우즈가 PGA 던롭피닉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당시 혼자 전세 내 식사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길엔 리조트 근방 식당촌의 ‘미야치쿠’에서 미야자키 규 데판야키를 맛봤다. 와규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쇠고기다. 하지만 그 맛은 지역마다 다르다. 미야자키 현은 와규 전국콘테스트에서 2연패한 것을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풍광명소: 이 경로에서 으뜸은 휴가 시(市) 휴가미사키(日向岬)의 거대한 주상절리 절벽해안인 우마가세(馬ヶ背). 휴가미사키가 있는 호소시마(細島)는 간척사업으로 연륙도가 된 섬. 이곳 주상절리는 사각기둥의 높이가 무려 80m에 이르는 초대형인 데다 주상절리를 품은 해안절벽의 바위도 높이가 200m나 된다. 그런 바위가 마치 네 손가락처럼 바다를 향해 뻗어있고 그 절벽의 세 틈새로는 바닷물이 넘실댄다. 이제껏 보아온 일본의 해안지형 가운데 이보다 더 인상적인 곳은 없었다. 그 주상절리는 말 잔등 같은 바위에 낸 길로 갈 수 있는 해안단애 끝의 전망대에서 조망할 수 있다.

시가이아 피닉스리조트가 들어있는 미야자키해안의 소나무 숲도 기막히다. 무려 10km, 700ha에 걸친 이 거대한 숲은 태평양의 바람을 막는 방풍림. 그 안에는 피닉스컨트리클럽 등 골프코스(18홀)가 두 개나 있고 호텔도 들어섰다. 따뜻한 남쪽이라 추위 걱정 없이 라운딩을 할 수 있어 우리나라 골퍼들도 많이 찾는다.

오이타·미야자키 현(일본 규슈)=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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