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실험실]목소리 안 좋아도, 말주변 좀 없어도 “나도야 방송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새내기 신문기자의 팟캐스트 맛보기

《 “휴대전화를 비닐에 둘둘 말아서 목욕탕에 들어갔어요. 선배 전화를 안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죠.”(기자)

“아, 사람대접 못 받으며 생활했군요.”(MC표범)

기자가 최근 찾은 서울 금천구의 한 녹음실. 이곳은 ‘MC표범’(32·직장인) ‘마통’(32·직장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직장인의 난’(직난·www.podbbang.com/ch/8333)이 녹음되는 장소다. 이 방송은 직장인이 겪는 어려움을 재미있고 솔직하게 다뤄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의 합성어인 팟캐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방송 구독자는 파일을 내려받거나 스트리밍(실시간 데이터 수신)해 청취할 수 있다.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에 따르면 팟캐스트는 21일 현재 7400여 개가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인도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인이 될 수 있을까. 기자가 ‘직난’ 게스트로 나서 팟캐스트에 도전했다. 》

○ 목소리가 안 좋아도, 말주변이 없어도

“제가 목소리가 좋은 편이 아닌데요.”(기자)

“괜찮아요. 아나운서도 아닌걸요.”(MC표범)

“제가 말주변도 썩….”(기자)

“하하. 처음부터 잘할 거면 아예 방송인을 했어야죠.”(MC표범)

용기를 불어넣어 준 진행자의 응원에 힘입어 ‘직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녹음을 앞두고 방송 콘셉트 회의에 들어갔다. 매주 각 분야의 직장인 게스트가 나와 고충을 풀고 가는 ‘직난’에서 익명성은 생명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름을 공개하고, 직장 ‘뒷담화’보다 수습기자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 안에도 그 시절 겪은 ‘울분’이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깃거리는 충분했다. 자신감 조금 상승.

서울 금천구의 한 전용녹음실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기자, 마통, MC표범(왼쪽부터). 진행자들은 매주 토요일 게스트를 초청해 직장인의 고충에 대한 ‘뒷담화’를 나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금천구의 한 전용녹음실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기자, 마통, MC표범(왼쪽부터). 진행자들은 매주 토요일 게스트를 초청해 직장인의 고충에 대한 ‘뒷담화’를 나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쏟아지는 질문에 ‘우왕좌왕’, 그래도 다음에는

드디어 방송 시작. “안녕하세요. 직장인의, 직장인에 의한, 직장인을 위한 공감방송….”

1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춘 MC표범, 마통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방송을 시작했다. 이윽고 기자의 차례. 기자는 사건이나 사고가 있다고 보고해도, 또 없다고 보고해도 혼나기만 했던 수습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러자 마통이 현재 기자가 소속된 문화부 생활의 고충을 물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지금 소속된 부서의 이야기를 하려니 후한이 두려워 식은땀만….

녹음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파일은 간단한 편집을 통해 40분씩 세 편으로 나뉘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시간이 약 40분이기 때문. 편집된 파일은 호스팅 사이트에서 만든 채널에 게시하면 채널 구독자들이 파일을 청취할 수 있다. MC표범은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고정 청취자도 생긴다”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팟캐스트 운영자들끼리 서로 모임도 갖고 서로의 팟방을 홍보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14∼18일 인터넷에 올라온, 기자가 녹음한 방송에 한 청취자는 “활기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한 청취자는 ‘방송 울렁증’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지는 기자의 목소리를 지적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한 번 겪어보니 팟캐스트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다음에는 문화부 선배들에 대한 뒷담화를 해볼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팟캐스트#방송인#팟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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