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부활하는 古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웹툰 ‘조선왕조실톡’, 동영상 서비스 ‘고전5미닛’ 등
현대적으로 해석한 고전 인기… 고전번역원, 야사 자료집 발간

모바일 콘텐츠로 고전이 재탄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되는 동영상 ‘고전5미닛’ 중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편의한 장면. 모네상스 제공
모바일 콘텐츠로 고전이 재탄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되는 동영상 ‘고전5미닛’ 중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편의한 장면. 모네상스 제공
“야ㅋ예의는 팍씨. 뭐 ‘부모까지 엄벌에 처해’? 너 왕이야? 와 이거 ×××?”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 속에 등장하는 조선 정조의 대사다. 한성부(서울시)의 관리가 왕명을 빙자해 아이들의 정월대보름 놀이를 금지하자 정조가 관리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다룬 에피소드다.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들이 요즘 입말로 대화하는 형식을 빌린 이 웹툰은 주 2회 연재 때마다 조회 수가 상위권을 기록한다.

고전(古典)은 시간의 풍화를 견딘 가치 있는 책들이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독서 인구가 줄어든 요즘에는 더하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게 짧고 흥미롭게 손질된 고전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전의 부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웹툰이다. 조선왕조실톡의 무적핑크 작가(27)는 “조선왕조실록은 이야기와 캐릭터의 보따리”라며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화창 형식으로 그렸더니 독자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조는 입이 험했다’는 실록의 기사를 바탕으로 대사를 쓰는 등 자료에 충실하게 캐릭터를 만든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창 형식으로 만든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 네이버 웹툰 캡처
조선왕조실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창 형식으로 만든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 네이버 웹툰 캡처
서유기의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현대적 유머코드인 ‘병맛’으로 탈바꿈시킨 ‘이말년 서유기’(이말년)도 인기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에서 공자의 논어(論語)를 모티브로 한 회를 구성했던 시니 작가는 “독자들이 논어의 구절을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동서양 고전을 짧은 영상으로 압축한 ‘동영상 고전’도 모바일에서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7월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고전5미닛’은 ‘1984’(조지 오웰), ‘군주론’(마키아벨리), ‘대학(大學)’ 등 고전 400여 편을 5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구독자는 약 18만 명으로, 2014년 베스트셀러 순위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의 e북 구독자(약 20만 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상 200여 편을 봤다는 조근호 변호사는 “5분 영상에 방대한 고전의 핵심을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보고 난 뒤 예전에 읽고도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전5미닛’을 제작한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의 강신장 대표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독자를 두꺼운 고전으로 이끄는 다리가 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이 고전 속 이야기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활용하도록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지난달 ‘전통창작소재 자료집-국역 대동야승’을 발간했다. 조선의 야사 540여 개를 시공간 배경, 신분 성격 용모 행실 등 인물 특징, 관련 풍속에 따라 분류해 키워드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이 작업을 한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전통 고전 콘텐츠는 우리 문화적 토대를 이루기에 접근성만 높이면 새로운 서사로 재창조되는 일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선왕조실톡#고전5미닛#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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