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요즘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인 ‘해밀턴’의 한 장면. 더뮤지컬 제공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딱 한 작품만 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뮤지컬 ‘해밀턴’을 보라고 추천한다. 만약 표를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8월 오픈한 후 지금까지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표를 구하기 힘들다. 6월에 있을 토니상 시상식에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해밀턴’의 독주가 예상된다. 작품상, 작곡상, 남우주연상은 가장 유력하고 이외에도 몇 부문을 더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담았다. 그는 10달러짜리 지폐에 얼굴을 빌려주고 있지만, 건국의 아버지 중에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인물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이민자의 아들 알렉산더 해밀턴은 정치계에 입문한다. 조지 워싱턴의 총애를 받아 초대 재무장관에 임명되고 정치적 성공을 거두지만 정적과의 결투에서 죽음을 맞는다.
역사적 인물의 일생을 쫓아가는 작품인데 중심 음악이 힙합이다. 고루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을 젊은 감각을 지닌 힙합을 통해 풀어내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해밀턴을 죽이게 되는 에런 버가 그를 소개하는 첫 곡 ‘알렉산더 해밀턴’은 라임이 딱딱 들어맞는 힙합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특히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제퍼슨과의 다툼을 ‘랩 배틀’로 표현한 장면은 압권이다.
만약 고전 중 한 작품을 찾는다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막을 올린 이 작품은 1964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0년을 주기로 브로드웨이에서 5차례 리바이벌됐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유대인 이주 마을에 사는 테비에 가족의 이야기다. 다섯 딸을 키우는 가장 테비에는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혼기가 꽉 찬 딸들이 전통을 무시하고 신랑감을 데려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전통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아버지 세대가 다음 세대의 탄생을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그 유명한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이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제롬 로빈스를 비롯해 작사가 조셉 스타인 등 주요 창작진들이 모두 유대인으로 유대인의 정서와 문화가 잘 담겨 있다. 전통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마지막 공연은 2008년이었다. 아무래도 브로드웨이 공연이 타민족이 흉내 내기 힘든 유대인 문화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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