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터즈’ 쌍둥이 자매 “생부모나 한국에 대한 원망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20시 02분


“제 생부모나 한국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일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입양된 것도, 사만다를 만나게 된 것도 지금 모두 행복해요.”

24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트윈스터즈’(12세 이상 관람가)의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실화의 주인공인 아나이스 보르디에(29)는 입양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담담히 답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쌍둥이 자매인 사만다 푸터먼(29)도 “(입양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몰랐을 거다”라며 보르디에의 의견을 거들었다. 서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행복해하는 자매의 ‘케미’에 간담회장의 분위기는 밝았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트윈스터즈’는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돼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사적인 일을 영화로 만드는 걸 주저했지만 기적 같은 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터먼)

1987년 11월 부산에서 태어난 두 자매는 생후 4개월 만에 각각 미국 버지니아주와 프랑스 파리로 입양됐다. 푸터먼은 영화배우, 보르디에는 패션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택했다. 2013년 어느 날 유튜브에 올라온 푸터먼의 영화를 지인들의 소개로 보게 된 보르디에가 푸터먼의 페이스북에 연락을 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첫 연락 뒤 화상통화를 주고받는 내용, 실제 만남 등의 영화 장면은 100% ‘리얼’이다. 푸터먼과 공동감독을 맡은 라이언 미야모토(29)는 “사만다의 요청대로 처음부터 둘 사이의 일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과 더 솔직하고 생생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키, 체형,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등 누가 봐도 함께 자란 쌍둥이 같다. 푸터먼은 “미국인인 나는 음식을 지저분하게 먹는데 프랑스인인 보르디에는 우아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생활한 지 4년 째 되는 이들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보르디에는 “평소 감정기복이 심한데 푸터먼의 조언으로 평정심을 찾고 있고, 반대로 푸터먼은 나처럼 혼자 분위기를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까.

“오늘 처음으로 푸터먼에게 화를 냈어요. 제가 아끼던 양말이 없어져서 찾아보니 그가 신고 있더군요. 예전에도 가끔씩 제 옷이 사라졌는데 미국에 가있었어요.” (보르디에)

“보르디에는 옷을 너무 잘 입어요. 탐내지 않을 수 없죠. 하하.” (푸터먼)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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