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컬러링북… 다이어리북… 책인가 문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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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확장일까, 책의 사생아일까.”

‘…북’들의 잇단 출현에 대한 한 출판인의 고민이다. 베스트셀러 ‘비밀의 정원’이 이끈 ‘컬러링북’ 바람은 지난달에만 10여 권이 나올 만큼 여전히 위력적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의 종합베스트셀러 6위에 올라 있는 ‘5년 후 나에게-Q&A a day’는 ‘다이어리북’으로 불린다. ‘토요일 오전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당신만의 방법은 무엇입니까?’ ‘지금 첫눈이 내린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습니까?’ 같은 질문에 독자가 직접 답을 쓰는 책이다.

스크래치북과 페이퍼커팅북까지 나왔다. 세밀한 밑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종이를 뾰족한 펜으로 긁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게 스크래치북, 커터 칼을 이용해 도안대로 자르면 모양이 완성되는 게 페이퍼커팅북이다. 유명한 문구를 따라 쓰게 한 필사 책의 인기도 높다. 지난달에만 20여 권이 출간됐다.

‘사상, 감정, 지식 등을 텍스트로 표현한다’는 전통적인 책의 정의를 떠올리면, 머리 대신 몸을 쓰게 하는 이런 ‘북’들은 책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출판계에선 커다란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독자가 책을 통해 직접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큰 범위에서 출판의 영역에 들어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책의 확장이라는 뜻이다. ‘체험’이란 직접 써 보고 색칠해 보는 등 독자가 활동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책을 자신만의 독특한 소장품으로 갖고자 하는 욕망도 투영돼 있다. 같은 책이라도 자신이 칠하고 쓰는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사생아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전통적인 텍스트 책과는 다른 유형의 시장이 등장한 것”이라면서 “이 시장의 수요자들은 독자보다는 구매자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이런 책들이 전통적인 출판 영역을 잠식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우려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렇듯 ‘문구’에 가까운 책들이 나오는 것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서서 기존 텍스트 책의 위기로 읽힌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통된 견해가 있다. 독자들의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컬러링북 같은 책들의 주요 소비층은 20, 30대 젊은이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함께 일방적 수용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요구하는 세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세대다. 이 새로운 독자층이 무엇을 어떻게 접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체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 분석해 새로운 출판물을 개발하는 게 편집자들의 임무일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비밀의 정원#컬러링북#다이어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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